지나고 나니 장마철도 ‘좋았던 시절’이 되고 만다(/w EOS-1)

코닥 울트라맥스 400.

징그럽게 덥다. 덥다. 뜨겁다. 푹푹 찐다. 숨이 막힌다.

기온이 섭씨 30도를 훌쩍 넘어 고공행진 중이시다. 어제는 한 1만 보쯤을 걸었는데, 햇볕이 좀 덜 따가운 해 질 녘에 걸었는데도 그건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교훈을 얻고 오늘은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역시 에어컨은 인류 문명의 결정체라 하겠다.

코닥 울트라맥스 400.

문득 한 보름쯤 전과 요즘을 비교해 본다. 비에 젖지만 않으면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닌가. 기억이라는 건 미화되기 마련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완벽한 날씨라는 건 세상에 없다.

코닥 울트라맥스 400.

불어난 물에 잠긴 징검다리의 한쪽 팔 끝 즈음에 앉아서, 그 물이 몰고 오는 서늘한 바람과 이따금 튀어 오르는 물방울을 즐기며 가만히 있었다. 사실 저 때 ‘즐기며’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은 것은 저 때 내 피부에 와 닿은 감각이다. 딱 그때, 마침, 하필, 물이 그렇게 콸콸 흘러댄 것이 내겐 다행한 일이다.

코닥 울트라맥스 400.

필름사진의 매력은 찍는 순간과 찍힌 사진을 보는 순간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것 같다. 오늘 찍은 사진을 오늘 보는 것과 내일 보는 것, 1주일 뒤에 보는 것, 보름 뒤에 보는 것은 각각 다를 것이다. 디지털 사진으로도 그렇게 마음만 먹으면 가능이야 하지만, 사람의 귀찮음은 문명의 이기 따위에 굴하지 않는 법이다.

코닥 울트라맥스 400.
코닥 울트라맥스 400.

생각보다 노출도 잘 맞는 것 같다.

그럼 이만

초여름에 마주친 것들(/w pentax mx+vista 200)

골목에서 마주친 강아지.

필름카메라를 쓰다 보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 의도하지 않았는데(중요) 계절의 흐름이 한 롤에 담기는 것이다. 저번에는 필름사진을 하도 안 찍다 보니 늦겨울에서 초봄을 거쳐 꽃이 지는 것까지 36컷짜리 135필름 한 롤에 담긴 적도 있었다. 정작 그럴듯한 사진은 몇 컷 건지지도 못했고.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한 롤을 꽂으면 한 달 안에는 다 쓰려고 노력 중이다. 해보니까 한 달 안에는 다 쓸 수 있을 것 같다.

공사.

펜탁스 mx는 기계식 카메라라서 노출계 외에는 전기를 먹는 게 없는데, 그러다 보니 배터리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려서 노출계가 죽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냥 털레털레 산책 나왔는데 배터리가 다 떨어졌다? 그럼 뭐 별 수 있나, 뇌출계로 찍든 다른 노출계 역할을 할 만한 걸 찾든 해야지.

to 발할라.

다행히 세상이 좋아져서, 스마트폰 앱 중에 노출을 표시해주는 앱이 많이 나와 있다. 비상용으로 받아뒀었는데, 그걸 요긴하게 써먹었다. 물론 한 컷 찍고 노출계 들여다보고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한 번 맞춰놓고 그다음은 대충 잘 계산해서 맞추는 식으로 해야 효율적일 것이다.(계산하는 법에 대해서는 한 번 글로 정리를 해놓으려고 하는데, 반년 전부터 마음먹어 놓고 아직도 못하고 있다…)

전주 중앙시장.
전주천.
꽃, 벌, 정자.
성당.
누운 자전거.

렌즈는 smc a 50mm f/1.7을 썼다.

2018.06.14. 단오 무렵의 덕진공원.

2018.06.14.

공기가 이상하게 탁했는데, 그래도 오랫동안 드론을 안 날렸으니까 오늘 한 번 날려보자 하고 덕진공원에 갔다. 그러고 보니 단오가 다가오는데, 단오 행사한다고 부스도 설치하고 뭐 이것저것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옛날에는(그러니까 한 오십년 쯤 전에는) 덕진연못 물가에 창포가 많이 자라서 연못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도 하고 그랬다고 하는데, 지금은 실수로라도 저 물에 내 몸이 닿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그런 시대가 되고 말았다.

2018.06.14.

연잎은 많이 올라왔는데, 연꽃이 피려면 아직 한참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저 연화교는 철거한다 철거한다 하면서 아직도 그대로다. 연꽃 시즌이 끝나면 철거하려나? 어쩌면 이번에도 철거 안 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2062년, 삐걱거리는 연화교를 걸으며 저 멀리 긴 꼬리 달고 지나가는 핼리 혜성을 보게 되는데……

2018.06.14.

약간 오버노출로 찍고 끌어내리는 쪽이 색이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색감 보정을 할 줄 몰라서 하는 소리다.

2018.06.14.

이건 빛내림.

2018.06.06. 고양이를 많이 만난 날

2018.06.06.

오늘은 이상하게 고양이를 많이 만났다. 이상하게? 알고 보면 원래 다 그 자리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내가 그동안 운이 없어서 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늘은 공휴일이어서 유동인구가 적으니 고양이들이 평소보다 덜 숨어있었던 것일지도.

2018.06.06.

이 아이는 전에 밥을 줬던 그 고등어 아이다. 털이 꼬질꼬질하고 좀 마른 편이다. 여전히 경계심이 강했지만, 그래도 저번에 밥을 줬었던 걸 어렴풋이 기억은 하는지 지난번 처음 봤을 때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거리를 허용했다. 오늘은 아쉽게도 밥을 주지 못했다. 다음에 또 보면 츄르를 줘야겠다.

2018.06.06.

점심을 먹으러 나섰는데, 이번에는 노란 고양이가 주차된 자동차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는 것을 봤다. 볕이 뜨거우니 차 아래 그늘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하는 모양이다. 저쪽을 계속 바라보길래 뭐가 있나 했는데, 잠시 뒤에 까치로 보이는(정확히는 못 봤다) 새가 날아 오르는 게 보였다. 아마 그걸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앞의 꽃은 장미다.

2018.06.06.

무심하게 저렇게 앉아 있다가,

2018.06.06.

눈이 마주치자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내가 폐를 끼친 모양이다. 서로 눈을 몇 번 끔뻑였고, 나는 곧 자리를 떴다.

2018.06.06.

이런 고양이도 만났다. 멀리서부터 당당히 걸어오다가 역시 자동차 밑으로 들어갔다. 주변에서 다른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그 녀석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쩌면 전에 봤던, 꼬리를 크게 다친 녀석 목소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18.06.04.

이 아이인데, 꼬리에 뭐가 감겨서 파고 들었는지 심한 상처가 있었다. 그 부분은 모자이크로 가렸다. 멀찍이서 보다가 얘한테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하지 고민하던 중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고양이들이 아프지 말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문득 생각나서 꺼내보는 11년 전 도라산역.

2007.10.14. 도라산역.

평양행 새마을 기차표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발권됐단다. 진짜로 평양까지 가는 표는 아니고, 늦봄 문익환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특별히 준비된 것이라고. 실제로는 경의선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북쪽 역인 도라산역까지 가서 문화제를 보고 돌아오는 행사였다고 한다. 푯값은 2만7000원. 비록 이벤트성이긴 해도, 언젠가는 ‘평양행 새마을’, ‘평양행 KTX’ 같은 것도 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본다.

11년 전에도 비슷한 기대가 있었는데, 경의선이랑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사업이 진행되면서 남북 서로의 열차가 휴전선을 넘은 일이 있었다. 그게 2007년 5월 17일이었는데, 남쪽 열차는 개성까지, 북쪽 열차는 제진까지 운행했다. 일회성 행사였지만 앞으로 언젠가 이것이 정식 개통으로 이어지고 마침 또 다가오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열차로 가니 어쩌니 하는 얘기도 나오고 그랬는데 그런 만남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난 알 수 없는 예감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을때쯤……(이명박 이명박박 이명박 이명박박)

그게 이거였음. 서울역에 있던 광고.

하여간에, 그때 일명 ‘도라산 라이너’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공식 명칭은 아니다. 서울역에서 단돈 2000원이면 임진강을 지나 도라산까지 새마을호 열차로 갈 수 있었는데, 사실 새마을호를 이때 처음 타본 거라 모든 게 신기하고 좋았다.

2007.10.14.
2007.10.14.

위 사진은 임진강역인데, 임진강에서 한 번 내려서 절차를 밟고 그 다음에 도라산역으로 갔다. 도라산역은 민통선 안에 있기 때문. 평양까지 209km라고 표시된 것이 인상적이다.

2007.10.14.

임진강에서 비표를 받아서 다시 열차에 오르면, 곧 도라산역에 닿는다. 생긴 건 그냥 평범한 역사처럼 생겼는데, 뭔지 모를 그런 기운 같은 게 좀 있다. 당연하지, 민통선 안인데.

2007.10.14. 플랫폼.

사진을 찍어도 되는 곳이 있고 찍으면 안 되는 곳이 있는데, 일단 북쪽을 배경으로 땡겨서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딱히 제재를 강하게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헌병이 막 늘어서 있거나 그러지도 않았음. 그냥 보통 역의 역무원 정도 느낌으로 서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2007.10.14.

역사 내부에는 이런 그림들이 한가득이었음.

2007.10.14.

하여간 머지않은 미래에 저 북쪽으로도 꼭 가보고 싶다. 코레일이 귀신같이 평양냉면 관광열차 P-train 같은 거 만들고 그럴 날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사진은 전부 삼성의 똑딱이 S850으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