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란, 그 기록들: 2025년 1월, 전개 (@ 한남동, 광화문)

탄핵소추안이 두 번의 표결 끝에 가결됐고 물론 그 순간에는 매우 기뻤지만, 해결된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계엄령이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점 정도 말고는 그다지 위안이 될 일도 없었다. 여전히 내란의 동조자들이 정권을 잡고 있었고, 연루된 사람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다.
이런 게 뭐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22년 5월부터 원래 이랬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불의를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명백한 파시즘의 징후 앞에서, 시민은 그저 거리에 나가 싸우는 것 말고는 선택할 것이 없었다.
2024년의 마지막 순간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로 장식됐다면, 2025년의 첫 순간은 그 영장의 집행 시도로 막이 올랐다고 하겠다. 밤잠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던 시절이었다. 자다가도 다섯 시쯤 되면 ‘체포됐나?’ 하면서 뉴스 앱, SNS 앱을 켜곤 했다. 며칠 동안은 그렇게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하고… 아니 근데 공권력의 법 집행을 국민이 좀 기대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내란으로부터 딱 한 달 되던 1월 3일,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공관으로 나섰다. 아침 해보다 이른 출근이었다. 경호처의 저항은 생각보다는 덜 완강해 보였고, 공수처의 집행은 생각보다는 더 수월해 보였다. 오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은 점심 무렵. 차벽까지 동원한 경호처의 농성에, 공수처는 더 진입하지 못하고 그냥 퇴각을 선언해버렸다. 어이없을 만큼 허무한 첫 번째 체포영장 집행 시도였다.
시민들이 한남동에 모이기 시작했다. 늘 맨 앞에서 길을 열던 민주노총이 시민들을 거리로 초대했다.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음날, 토요일 오전에 한남동으로 향했다. SNS를 통해 ‘6호선 한강진역에서 내리면 극우 집회 때문에 합류하기 어렵다’라는 메시지를 봤고, 그래서 경의중앙선 한남역으로 가기로 했다.

한남역에서 내려서 집회 장소인 꼰벤뚜알 프란치스꼬 수도회 앞까지 가려면 한남대로를 가로지르는 큰 육교를 하나 건너야 한다. 걸어걸어 육교 위에 올라 도로를 공중에서 가로지르며 북쪽을 보니 깃발의 군무, 그리고 파란 하늘, 난방버스와 간식 트럭, 무대가 멀찍이서 눈에 들어왔다. 꽤나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밤새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그대로 아스팔트 위에 앉아서, 또는 서서, 그렇게 있었다. 시민들은 경호처보다 절실했고, 공수처보다 끈질겼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한낮, 민주노총이 미리 신고한 집회 장소로 이동하려고 대열 방향을 바꿔 행진을 시작하려 할 때, 경찰들이 방패를 앞세워 가로막고 나섰다. 얌전히 이동만 하겠다고 길을 열어달라 해도 막무가내였다. 한때 무슨 혼수상태니 폭력이니 하는 허무맹랑한 가짜뉴스가 태동한 게 이 무렵의 일이다. 물리적 충돌이라고 할 만한 것이 일어난 게 내 바로 앞이었고, 당시 현장을 둘러싼 카메라만 폰카부터 미러리스, DSLR까지 수십 대였다.

원래는 이날 광화문 집회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했었는데, 약속을 꺾어서 친구를 한남동으로 불러낸 것은 꽤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저 멀리 길모퉁이를 돌아 쏟아져 나오는 응원봉과 깃발의 도도한 물결. 육교 위에서 그 광경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큰 행운이었다.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을 몇 번 넘기고 맞이한 연대의 파도가 왜 그리도 벅차오르던지. 그리고 이왕이면 거기서 밤을 새웠더라면 더 좋았을 뻔도 했다. 다음날 일이 있다는 이유로 먼저 귀가한 그 밤, 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은빛 우주담요를 뒤집어 쓰고 눈을 맞고 버텼다. 응원봉에 불을 밝힌 채로, 웃음을 잃지 않은 채로.
한남동에서 이렇게 출발한 2025년 1월은, 그러나 서부지법과 헌재를 거치며 버티기, 궤변, 난동, 폭력, 혐오, 기타 등등으로 오염된 채 설 연휴로 떠내려갔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결국 구치소에서 나오지 못하고 구속 기소된 것 정도가 위안 삼을 만한 소식이었다. 내란이 진압된 것도 아닌 것도 아닌 그런 상태에서, 다시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싸움은 어느덧 장기전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