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4.

장소의 이름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국 정부’라고 안 하고 ‘청와대’라고 한다거나, ‘정치계 소식’을 ‘여의도 소식’이라고 한다거나. 마포대교는 불행히도 ‘자살’과 관련이 깊다. 네이버에서 ‘마포대교’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연관검색어가 ‘마포대교 자살’이다. 사람이 빠져 죽으려면야 어떤 다리에서든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게 마포대교여야 할 이유는 뭐였을까. 풍문에는 증권가가 즐비한 동여의도에 닿아있는 탓에 투자에 실패한 이들이 자주 뛰어내리곤 했다 하는데, 그 기원이 어떻든 지금은 ‘그냥 그렇게 굳어져서’ 그렇게 불리는 쪽에 가까울 것 같다. 특히 그런 인식이 퍼진 계기라면 모 유명인의 사망 사건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겠으나, 굳이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2019.08.24.

길이 약 1400m, 상하행 합해 40m가 넘는 폭을 자랑하는 마포대교는 제1한강교(한강대교), 광진교, 제2한강교(양화대교), 제3한강교(한남대교)에 이어 서울에 다섯 번째로 놓인 한강 다리다. 1970년 5월 16일(하필 날짜가…)에 개통돼, 당시 개발이 한창 이뤄지던 여의도와 서울 도심을 연결했다. 개통 때의 이름은 ‘서울대교’였는데,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였다고도 한다. 북단은 공덕오거리로 이어지고, 남단은 여의대로로 통한다. 여의도 환승센터와 여의도 광장, IFC몰, 금융감독원, 각종 금융기관이 줄줄이 달려 있다.

2019.08.24.

마포대교를 ‘생명의 다리’로 만들자고 처음 제안한 사람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제 나름대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긴 했을 것 같다. 난간에 적힌 글귀 중에는 더러 마음에 평안을 주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죽을 마음을 먹은 사람이 결심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생명의 전화’도 설치돼 있다. 하지만 전화 한 통으로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웬만해선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울타리도 높게 쳐져 있다. 그렇지만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어떻게든 ‘오명’을 씻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노력이 오히려 더 ‘자살다리’로의 명성을 드높인(?) 예라 하겠다.

2019.08.24.

마포대교에 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마포대교를 ‘플랫폼’으로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특별히 어떤 비장한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삶에서 즐거운 게 없고, 하고 싶은 게 없고, 어떤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라는 생각만 드는, 그런 나날이었다. 아마 그런 상태를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딱히 탈출하려는 마음을 먹지도 못했던 것 같다. 직접, 진짜로 마포대교에 올랐다면 어땠을까. 그때 이 노을을 봤다면 어땠을까. 나는 위로를 받았을까, 공허함을 느꼈을까. (어차피 뛰어내리진 못했을 테니)그날 밤에 잠은 잘 잤을까. 무슨 말씀이세요, 다리 말고 의사를 찾아가야지.

2019.08.24.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을 날도 있다. 떡볶이가 먹고 싶지만 그럼에도 죽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고. 아프면 의사에게 가야 하고, 그게 일상인 것이고, 그리고 마포대교에도 노을은 지는 법이다.

@moragoheya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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