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 렌즈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 새 사진 찍기 /w 올림푸스 40-150 pro
올림푸스 40-150 pro 렌즈를 들인 뒤로, 나는 아무래도 망원 쪽 화각을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광각은 구도를 짜기가 어렵고, 표준은 내 실력 선에선 너무 밋밋하다. 그러니 동물이든 꽃이든 풍경이든 당겨 찍을 수 있는 망원 쪽으로 손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털 달린 귀여운 존재들을 매우 좋아하며, 이 존재들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소재가 마를 일도 없다. 40-150 pro 렌즈는 매일 들고 다니기에는 크기와 무게가 부담이 되지만, 한 번 들고 나가면 실망하지는 않는다. 개방 조리갯값 2.8을 유지하면서도 줌 배율이 높고(대개 f/2.8 고정 줌렌즈는 3배 이하다), 초점 맞추는 것이 빠르다.
이게 40-150 pro 렌즈를 사고서 처음으로 찍은 새 사진. 물론 문자 그대로의 ‘첫 컷’은 아니고, 골라서 볼 만한 정도의 사진 중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강 한복판을 향해 당겨 찍었다(저 새의 이름은 잘 모르겠다). E-m1의 상대적으로 부실한 AF 기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착착 초점을 잘 잡아줬다.
봄에는 꽃과 새가 함께 있는 사진을 찍기가 어렵지 않다. 아직 나무에 이파리가 달리기 전이기 때문에 새가 가려질 가능성이 작고, 그러면서도 목련이나 매화, 산수유, 벚꽃이 피기 때문에 프레임도 예쁘게 잡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다 예쁜 장면이 찍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꽃이 피기 전엔 안 예쁘냐, 그런 것도 아니다. 자세히 오래 보면 뭔들 안 예쁘겠는가. 너도 그렇다. 그리고 새는 대개 사람보다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카메라 렌즈가 향하는 방향은 대체로 하늘 방향이 된다. 그러니 날씨가 좋으면 웬만하면 그림이 대체로 괜찮다.
참새는 흔하면서도 굉장히 귀엽기 때문에(특히 겨울에) 자꾸 잘 찍고 싶은 욕심이 난다. 그렇지만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기 때문에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다. 카메라의 AF 기능뿐 아니라, 내가 구도를 잡는 그 반응 자체가 한 박자 늦다. 이것은 운 좋게도 잠깐 가만히 앉아 있던 참새를 포착한 것이다. 연습이 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스포츠 사진이나 동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 단련된 사람들인지, 이럴 때마다 깨닫는다.
몇 년 전까지도 사실 렌즈의 성능을 고려할 때 ‘배경처리’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마음이 바뀌게 된 것이 펜탁스 DA 15mm limited 렌즈를 쓰면서였는데, 이 렌즈로 꽃 같은 것을 최대한 근접해서 찍으면 배경이 마치 보석을 깔아놓은 것처럼 빛망울이 예쁘게 나왔다. 40-150 pro 렌즈도 배경처리가 꽤 마음에 드는 렌즈다. 초점이 맞은 부분은 선명하게, 맞지 않은 부분은 부드럽게 녹아드는 느낌으로 표현된다. 조리개 밝은 망원 렌즈니까 대충 심도 얕게 뻥뻥 날리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없진 않은데(사실 마이크로포서드에서는 심도가 그렇게 얕게 나오질 않는다), 그게 아니고라도 배경을 내 마음에 들도록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이 렌즈로 새, 특히 왜가리와 오리와 직박구리를 많이 찍게 됐는데, 전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들이다. 직박구리와 오리는 귀엽고, 왜가리는 기품이 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새보다 고양이가 더 좋다.
@Boktheseon
새 사진 예쁘다!
너 무 귀 엽 지 않 읍 니 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