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천 애기오리 관찰기 두 번째. /w 올림푸스 40-150 pro
불광천 애기오리들에 대한 첫 번째 관찰기를 올리고 나서 또 며칠이 지났다. 고 며칠 새 날씨는 비발디의 <사계>를 한꺼번에 몰아 듣는 듯한 느낌으로 봄, 여름, 가을을 넘나들었다. 눈이 안 왔기에 망정이지. 일요일이었던 17일은 ‘여름’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려니 이거 한여름 되면 큰일 나겠다 싶을 정도였다.
불광천에는 제법 어른과 같은 외양을 갖춘 새끼오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숭부숭하던 솜털이 어느새 깃털로 바뀌어 있었고, 몸집도 제 어미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가 됐다. 물론 외양으로만 그렇고, 날개는 아직도 아기 때의 그것이다. 활개를 칠 때마다 아직 다 크려면 좀 더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바위’도 못 되는 돌 위에 올라가려고 점프를 몇 번을 시도하고 버둥거린 아이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아이는 천변에 난 풀을 뜯어 먹으려고 목을 잔뜩 움츠렸다 펼치기를 반복했다. 그걸 먹으려고 했던 건지, 어떤 놀이의 차원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어떤 아이는 마치 고양이처럼 다리를 쭉쭉 펴며 스트레칭을 했다. 지금 이 문장을 읽고 계신 분은 기지개를 켜십시오. 척추수술 1700만원.
이날도 세 집단을 만났고, 각각 아이들의 성장 상태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어떤 집단의 아이들은 그냥 아기 그 자체였고, 어떤 집단은 조금 몸집이 있는, 그러나 아직 깃털이 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한 집단 내에서는 다들 고만고만한 것을 생각해 보면, 이건 아마 부화 시기에 따른 차이일 것이다.
뜨뜻한 곳에서 자는 걸 좋아하는 건 털 달린 동물은 다 비슷한가 보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이후 천둥번개를 동반한 큰비가 쏟아졌다. 불광천은 비가 좀 많이 오면 금세 물이 불어나는데, 오리들은 무사한지, 그걸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무사했으면 좋겠다.
@Bokthe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