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불명의 복선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저것 장비 열전

캐논 EOS-1 구입.

두어 달 전부터 갑자기 AF 필름카메라 바람이 들었다. 갖고 싶은 마음에 이유는 없다. 그냥 갖고 싶으면 갖고 싶은 것이다. 지름은 그렇게 찾아온다.

EOS-1과 탐론 28-75.

그래도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것은 옛날 보도사진들과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들을 보다가 ‘어, 저 사진은 어떤 카메라로 찍었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니콘 F4를 갖고 싶었다. 옛날 시위현장에서 카메라가 F4냐 아니냐로 기자냐 아니냐를 구분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니, 그 상징성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F4를 보다 보니까, F4의 ‘라이벌’로 등장했다는 캐논 EOS-1에도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마침 캐논 렌즈도 하나 있겠다, 해서 캐논의 이 기념비적 모델을 사게 됐다.

캐논 EOS-1.

사긴 샀는데, 물건을 받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배터리가 2CR5라는, 그다지 흔하지 않은 물건이 필요한 것이다. 헐레벌떡 근처 카메라 가게로 가서 하나 사다 끼웠다.

2CR5 배터리.

꽂아서 전원을 넣고 필름을 넣으니 위잉 하면서 지가 알아서 딱 감아서 상단 액정에 ‘1’이라는 숫자를 표시한다. 필름이 감겨 있다는 표시와 컷수 표시는 전원을 꺼도 사라지지 않는데, 필름이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뚜껑을 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내가 산 것은 세로그립이 따로 없는 기본 모델인데, 내장된 모터드라이브로는 최대 초당 2.5컷의 속도로 연속 촬영을 할 수 있다.(드라이브 모드는 오른쪽 손바닥이 닿는 부분을 열면 나오는 버튼으로 바꿀 수 있다.)

1989년에 발표된 첫 번째 EOS-1 모델이라 AF 측거점은 딱 한 개지만, 포커싱 속도와 정확도는 괜찮다. 조작계도 그렇고, 그냥 캐논 DSLR을 쓰는 느낌으로 쓸 수 있다.(이 부분에서는 캐논 카메라는 이상할 정도로 일관성이 있다.) 요즘 모델들과 비교할 만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이전의 MF카메라들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문제라면 역시 당대의 플래그십답게 좀 크고 무겁다는 점, 그리고 필름을 너무 빠르게 쓰게 된다는 점(?) 정도일까.

장맛비로 불어난 전주천 물과 물가로 피신한 오리들.(코닥 울트라맥스 400)
물살이 잔잔한 곳을 찾아 헤치고 나아가는 오리들.(코닥 울트라맥스 400)

아 참, 또 하나 특징이 있다. 셔터 소리가 정말 시끄럽다. 엄밀히는 모터드라이브 소리가 시끄러운 거지만. 조용하게 찍기는 좀 힘들 것 같다.

날아가는 새. AF로 한 번에 잡았다.(코닥 울트라맥스 400)
덕진공원 연꽃.(코닥 울트라맥스 400)
전주역 첫마중길.(코닥 포트라 800)
전주역 플랫폼.(코닥 포트라 800)
공항철도 서울역.(코닥 포트라 800)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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