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불명의 복선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한여름의 아그파 비스타 200 세 롤.(/w pentax mx, canon eos-1)

pentax mx+a 50mm f/1.7.

‘필름 느낌’이라는 것을 잘 모르겠다. 필름으로 찍으면 필름 사진이고 디지털로 찍으면 디지털 사진인 건 알겠는데, ‘필름 느낌’은 뭐고 ‘디지털 느낌’은 또 뭐람. ‘감성’이라는 것도 정말 모르겠다. 어떤 것이 ‘감성적’인 건가? 그럼 ‘감성적’이지 않은 사진은 ‘이성적’인 건가? 이성적? 논리적? 모르겠다.

하여간, 최근에는 많은 사진을 필름으로 담고 있다. 특별히 필름 사진에 대한 애착이 생겨서 그런 건 아니고, 자동slr인 캐논 eos-1을 들이고 나서 필름 한 통 쓰는 게 정말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 카메라는 그냥 디지털로 찍듯이 막 찍어댈 수 있다. 한 컷 감고 한 컷 찍고, 초점은 또 수동으로 맞추고, 이러면서 괜히 또 신중한 척하고(사실은 알못인 주제에),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다.

canon eos-1+tamron 28-75mm f/2.8.

날이 너무 더워져서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기도 어려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한 번씩 산책은 한다. 어차피 눈에 익은 장소들이니 카메라라도 바꿔 들고 나가는 맛이 있어야 좀 새롭게 찍어볼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eos-1을 어깨에 걸고 나간 날, 덕진공원에는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canon eos-1+tamron 28-75mm f/2.8.

7월 중순에 접어들어서 드디어 연화교 재가설 공지를 만난다. 연화교가 이제는 진짜로 철거되려나보다. 가설된 지 38년?인가 지났으니까, 사실 숫자만 놓고 보면 그렇게 낡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관리가 잘 안 된 건지 지을 때 튼튼하게 못 지은 것인지 이제는 발만 올려놔도 삐걱삐걱거리는 게 여간 불안한 게 아니었다.

canon eos-1+tamron 28-75mm f/2.8.
canon eos-1+tamron 28-75mm f/2.8.

그렇다고 수동카메라가 재미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신중한 척하는 그 재미도 분명 사진 찍는 재미다. 피사체를 놓칠까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노출과 초점을 맞추는 것도 매력이 있다.(이렇게 하다 보면 셔터속도를 대충 어느 수준에 고정해 놓고 왼손으로 조리개만 조절해서 노출을 맞추게 된다. 셔터속도 다이얼을 팍팍 돌리는 게 힘들어서……)

pentax mx+a 50mm f/1.7.

서울역 앞엘 갔는데, 별안간 문재인을 끌어내려야 한다느니 탄핵을 해야 한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방언을 하듯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이 나타났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 찍어야겠기에 좀 서둘렀는데, 다행히 초점과 노출이 그럭저럭 맞았다.

pentax mx+a 50mm f/1.7.

주말에 서울역에 가면 진짜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수백 명 단위로.

pentax mx+a 50mm f/1.7.

청계천에는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는데, 어떤 이는 동전을 뭉텅이로 들고 와서 연속으로 파바박 던져댔다.

pentax mx+a 50mm f/1.7.

그리고 필름을 다 쓸 무렵에는 왜웅이도 만났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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