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2. 바다를 보면

    2018.09.12. 가력도와 새만금방조제.

‘새만금’이라는 이름을 보면 언제나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현대사를 통틀어 내내 소외당해 변변한 산업 기반도 없이 살다 굴러떨어진 사탕발림 하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전북의 어떤 ‘한’이다. 또 하나는 그로 인해 발생한, 또 앞으로 발생할 엄청난 환경적 비용이다. 방조제가 완공된 지도 한참 됐고 이제 내부개발이 이뤄지는 마당이라 이를 되돌린다거나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건 ‘잘’, ‘조화롭게’ 완성해 가자는 어떤 교과서적인 선택지뿐이겠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극히 개인적인 한 가지를 붙인다면, ‘바다’가 생각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라는 것. 퇴사를 결심하고 제일 먼저 찾은 곳도 새만금방조제였고, 전북을 떠날 준비를 마칠 때 찾은 곳도 여기였다.

2018.09.12. 가력도의 풍력발전기.

상괭이가 몇 마리가 죽었다느니, 갯벌이 썩어간다느니, 방조제 안쪽의 수질이 나빠졌다느니 하는 환경적 문제에서 눈을 돌릴 수 있다면(아예 모르지 않는 이상 완전히 눈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지만), 그러니까 새만금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그래도 득이라고 생각할 만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조제 위에 놓인 도로로 군산과 부안 사이가 아주 가까워졌고, 신시도며 야미도며 선유도며 무녀도며 하는 고군산군도의 섬들에 드나들기가 편리해졌다. 오버투어리즘의 문제는 일단 제쳐놓고.

2018.08.09. 선유도와 무녀도.

부안의 가력도도 그렇게 육지가 된 섬 중 하나다. 지금은 휴게소와 항구의 이름 정도로 옛날에 이곳이 섬이었음을 떠올릴 수 있는데, 섬이었던 시절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옛 모습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찾아보니 남가력도와 북가력도가 있었다는데, 지금 수면 위에 드러나 있는 부분은 남가력도라고 한다. 북가력도는 가력배수갑문 공사로 인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단다.

2018.09.12. 가력도항.

가력도는 가장 먼저 완공된 1호 방조제로 변산과 연결되고, 가력배수갑문을 지나 2호 방조제로 신시도와 이어진다. 농어촌공사의 사무소가 있고, 동산(?) 위에 풍차 두 기가 서 있다. 항구는 꽤 큰 규모인데, 수시로 배가 들락날락했다. 갈매기가 마치 도시 한복판의 비둘기처럼 모여 날아다녔다. 마침 하늘이 무척 맑고 푸른 날이었다.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의 데칼코마니와도 같던 바다, 멀리 보이는 섬과 그 사이의 방조제, 그리고 풍차가 박힌 풍경이 ‘청량감’과 ‘위화감’을 한꺼번에 안겼다.

2018.09.12. 가력도항.

바다를 막아 육지를 만드는 것이 ‘꼭 필요했던’ 것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개발 방향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던 것이나, 마스터플랜을 확정하는 데 진통이 있었던 것을 보면 아무래도 ‘꼭 필요했던’ 것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막연히 ‘이걸 하면 뭐라도 되겠지’ 정도의 정서 아니었을까? 물론 전북이 현대사 내내 소외됐던 것을 이 국책사업 하나로 만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2018.09.12. 가력도항.
2018.09.12. 가력도항.

2023년에 세계 잼버리 대회가 여기서 열린다고 한다. 가력도와 계화도 사이에 새로 생긴 ‘육지’다. 아마 스카우트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은 몰랐을, 앞으로도 모를 행사지만, 하여간 이런 식으로라도 새만금의 ‘꼭 필요함’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전라북도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니까, ‘오죽하면’의 논리다.

2018.09.12. 가력도에서 만난 방아깨비.

그러나 그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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