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불명의 복선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복선

[도시탐조] 중랑천에서 바람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기 (/w 원앙, 흰꼬리수리)

번식기가 되면 새들은 좀 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곤 한다. 같은 종의 다른 개체를 만나려면 우선 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요샛말로 하면 ‘어그로를 끄는’ 그런 행태인데, 동물의 세계에서 보통은 수컷이 화려함을 담당한다. 조류는 특히 성적 이형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그래서 그냥…

출근길의 눈보라, 점심시간의 설경, 그리고 미끄러짐 @경복궁, 인왕산

솔직히 눈 오면 즐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나이를 먹었어도 똑같다. 한동안 내가 운전해서 다니던 시절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즐거움을 억눌렀지만, 지금은 운전할 일도 없으니 억눌릴 것도 없다. 그냥 즐거워하면 되는 것이다. 야근이 조금 힘들어지기야 하지만, 근데 뭐 그것도 내…

뭘 했다고 또 연말 v.2023 (올해의 사진 13선)

이게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기후 위기를 넘어선 기후 파탄으로 인해 날씨가 지나치게 오락가락해서 그런가, 자꾸 날짜 감각이 없어진다. 옛날에도 삼한사온이라는 게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분명 며칠 전까지는 코트만 입어도 조금만 걸으면 땀이 났는데 갑자기…

노는 썰물 때 저어야 한다 (@시흥 갯골생태공원)

종점까지 한 정거장, 5번 마을버스는 시가지의 끄트머리를 지나려는 참이었다. “여기 내려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내게, 기사님은 다시 한번 물었다. “공원까지 가는 거예요?” 네, 한 음절로 대답하면서 두리번두리번, 버스 안을 살폈다. 승객이 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챘다. 평일 낮,…

파란 가을 하늘 모음 (@서울 경복궁 광화문, 덕수궁 돈덕전)

한반도에서 매년 가을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땅의 정말 몇 안 되는 지리적 축복 중 하나다. 오죽하면 단군도 이 무렵에 터를 잡고 조선 건국을 선언했겠는가 말이다. 기원전 2333년이면 환경오염도 공해도 없던 시절이니 하늘을 딱 봤을 때의 그…

가을날의 노을을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w E-m1mk2)

어영부영이라는 단어도 너무 식상하다. 하여간 또 올해도 벌써 4/4분기, 이제는 확실히 ‘가을’이라고 할 만한 계절인데, 해마다 이 시기쯤 되면 연례행사처럼 ‘대체 뭘 했다고…’ 하는 반성인지 후회인지 고해성사인지 모를 그런 생각이 머리 꼭대기에 들어앉는다. 실체화된 무기력이다. 시간은 가역성은 없고 가연성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