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30. 길고양이를 만남.

2018.05.30.

걸어가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어디서 튀어나와서 저쪽으로 토도도돗 달려갔다. 어매 이게 뭣이여, 하다가 그 튀어나간 것이 고양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크기로 보아 성묘는 아니고 막 성장기인 녀석 같았다. 건물 주차장 아스팔트 사이로 난 들꽃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이 아주 귀여웠다. 그러다 주차된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2018.05.30.

그리하여 나는 이 고양이에게 한 끼를 대접하기로 했다. 크크큭, 이 작고 귀여운 녀석, 이 새끼고양이용 고등어 주식 맛이나 보거라. 가지고 다니던 것이 고오급 밥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에 쓰레기더미를 뒤졌을 것을 생각하면 이거라도 주는 게 옳을 것이다.

2018.05.30.
2018.05.30. 종지가 한 번 비어서 다시 줬다.
2018.05.30.

고양이는 내가 밥을 덜어놓고 멀리 눈에 안 띄는 곳으로 가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먹다 좀 흘린 것은 나중에 싹싹 주워 먹었다. 어 그거 좀 지지인데 괜찮을까. 경계심이 아주 만땅이어서, 내가 살짝 움직이면 고대로 자동차 밑으로 들어간다. 망원렌즈가 있었기에 망정이지(사실 거기서 크롭을 또 했다), 표준렌즈로는 담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디서 까치 두 마리가 날아와서 그 흘린 조각이 탐이 났는지 아니면 그냥 고양이를 방해하고 싶었는지, 밥 갖다 놓은 곳에 태연히 앉는다.

2018.05.30.
2018.05.30.

내친 김에 물도 떠다 줬는데, 물은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 밥과 물을 떠다놓았던 일회용 종지들은 치웠다. 어쨌든 인간에게는 쓰레기니까.

2018.05.30.
2018.05.30.

하여간 고양이들이 다들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만나. 안녕.

2018.05.23. 드론, 귀환.

보름의 기다림 끝에 드론이 수리됐다. 정확히 말하면 리퍼비시 제품으로 교환된 것인데, 이 점은 애플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추락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 부분은 크게 세 군데. 기체의 프레임, 짐벌 축, 그리고 모터 구동 관련 부품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생각보다 덜 부서졌네’ 했는데, 보이는 것보다 내상이 심했던 모양이다. 석가탄신일이었던 어제, 서울 홍대 DJI …

5월엔, 연등.

김제 금산사.

불교를 믿는 건 아니지만, 매년 이맘때면 꼭 가까운 절 한두 곳은 찾아가게 된다. 화창한 날에 연등을 통과한 햇빛을 보면 경외에 가까운 마음이 드는데, 물론 화창한 날 햇살이 어느 날엔들 좋지 않으랴만, 채도 높은 오방색이 더해진다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김제 금산사.

금산사는 창건된 지 140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백제 때부터 있던 것인데, 나중에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아들 신검에 의해 감금된 곳으로도 역사책에 등장한다. 이때가 창건된 지 300년도 더 된 때다. 지금의 금산사는 임진왜란 때 불타 사라진 뒤 17세기에 다시 지어진 것으로, 그러니까 이때가 창건된 지 1000년쯤 된 때다.

금산사 미륵전.

금산사는 또 미륵신앙의 본산이라고도 한다. 미륵전이라는 이 건물만 봐도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온다. 견훤이 미륵신앙을 이용해서 민심을 잡고 가까운 완산에서 후백제를 창건한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물론 견훤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나중에 이 금산사에 유폐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해 왕건의 편에서 제 손으로 후백제를 무너뜨리는 운명을 겪게 되지만.

금산사 미륵전.

따지고 보면 금산사뿐 아니라, 금산사가 있는 모악산과 그 주변이 전부 뭔가 좀 범상치 않은 기운이 돌았던 동네다. 정여립이 대동계를 조직하고 ‘대동사회’를 꿈꿨다던 곳이 바로 이 근처 금평저수지 일대고, 동학농민혁명 때 농민군의 근거지 중 하나였던 원평이 여기서 서쪽으로 십 리 정도. 강증산이 개벽사상을 설파한 곳이 또 모악산이다. 평등. 구원. 박애. 혁명. 개벽. 모악산의 어떤 힘이 이런 사상들의 기반이 됐을까. 모악산 언저리에 살면서도 참 모르겠다.

김제 금산사.
김제 금산사.
김제 금산사. 작은 돌탑들이 귀엽다.

다음으로는 동쪽으로 완주 송광사에 갔다. 보통 ‘송광사’라고 하면 전남 순천에 있는 그것이 먼저 거론되는 통에 약간 묻히는 감도 있지만, 완주의 송광사도 창건된 지 천 년이 넘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4월이면 바로 앞 벚꽃터널길이 장관을 이루고 6~7월이면 연꽃이 만개하니, 전북에서는 여행지로서도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완주 송광사.

그리고 석가탄신일을 앞둔 지금은 연등이 이 절의 자랑이다. 이곳은 연등을 탑처럼 쌓아 올리곤 하는데, 오방색 탑이 여럿이 서 있는 그 한가운데에서 염불 외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약간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완주 송광사.
완주 송광사.

다만 오늘은 갑자기 오른 기온과 흐려진 하늘, 꿉꿉해진 공기 때문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도 조금 받았다. 사람이라기보단 한 마리 도롱뇽이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완주 송광사.

한 달쯤 뒤에 다시 오면 그땐 연등이 아니라 연꽃이 반길 것이다. 연꽃 철이 지나면 또 저기저기 산에 단풍이 들겠지. 하나하나 다 볼작시면 일 년 내내 쉼이 없겠다.

작년에 완주 송광사 연밭에서 찍었던 사진.

2018.05.09. 덕진연못의 오리들

2018.05.09.

분명 4월에 연화교 철거를 시작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5월도 한참 진행된 가운데서도 철거 소식이 없다. 같은 자리에 새 교량을 2019년 말까지 짓는다고 했는데 이것도 설마 뒤로 쭉 밀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기사를 좀 검색해 보면 몇 년 전부터 올해 안에… 진짜로 올해에… 아니 이번에는 진짜 최종 올해에… 하면서 쭉쭉 밀렸던 걸 알 수 있다.

2018.05.09.

삐걱거리는 다리의 운명이야 어찌 되었건, 오리들은 그냥 저러고 있다. 노는 건지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편 연화교는 덕진연못에 사는 오리들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기도 하다. 오리들도 그걸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2018.05.09.

꽊꽊 소리를 내며 두세 마리가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유유자적하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2018.05.09.

사실 엉덩이가 더 좋다.

2018.05.08. 드론 추락

내게도 이런 시련이 왔다. 평소처럼 드론 사진을 찍는데, 실시간 화면을 보며 좋은 프레임을 잡으려고 뒤로, 더 뒤로, 하다가 그만 뒤에 서 있던 건물의 벽에 부딪혀 떨어지고 말았다. 변명의 여지 없는 내 잘못이다. 매빅 에어처럼 후방 비전 센서가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드론이 추락하면서 드론 자체도 다쳤지만, 드론이 떨어지면서 낙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