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만 준비하시고, 쏘세요. /w Zeiss Ikon Contessa LKE

노출계가 없다고 해서 사진을 못 찍는 건 아니지만, 분명 적정노출을 잡는 데 실패하는 비율이 높아지기는 할 것이다. 자이스 이콘 콘테사 LKE 카메라는 셀레늄식 내장 노출계를 갖춘 모델이지만, 내가 산 물건은 노출계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처음엔 어느 정도 보정해서 쓸 수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게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더보기…

글쓴이 RaHye,

‘생각 없음’을 생각함. @북악산, 창덕궁

처음엔 분명 삼청동 일대를 잠깐 ‘산책’만 하려고 했었다. 그 인근 어디에 올라가면 사람은 별로 없고 전망은 매우 좋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북악산 등산을 하고 있었다. 필름카메라인 캐논 EOS-1을 들고, 여분의 필름은 없이. 이날 나는 한양도성을 따라 산등성이를 걷다가 내려와 성균관대 캠퍼스를 가로질렀고, 다시 더보기…

유효기간 13년의 ‘제국’을 생각함 @덕수궁

서울에 남아있는 조선 시대 궁궐을 보면, 이곳이 한 나라의 왕이 기거하던 관저이자 국정이 이뤄지던 중앙 관청 역할을 했던 곳이라기엔 지나치게 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제일 심한 게 숭정전과 태령전 정도만 덜렁 있는 경희궁인데, 그렇게 된 이유야 물론 일제강점기 때 무자비한 훼손이 이뤄진 탓이다. ‘기구한 운명’이라는 면에서 더보기…

글쓴이 RaHye,

여름의 끝, 연휴의 끝. @선유도 공원

‘정체가 풀릴 시간대’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전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명절 연휴’의 그것이어서, 평소엔 고속버스로 두 시간 사십여 분이면 될 것이 네 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한 편이다. 옛날 같았으면 다섯 시간은 족히 잡았을 터다. 추석 명절을 쇠고 돌아와 보니 여름이 끝나 있었다. 가을 추(秋) 자를 써서 ‘추석’인데 더보기…

글쓴이 RaHye,

생명의 전화, 노을, 마포대교.

장소의 이름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국 정부’라고 안 하고 ‘청와대’라고 한다거나, ‘정치계 소식’을 ‘여의도 소식’이라고 한다거나. 마포대교는 불행히도 ‘자살’과 관련이 깊다. 네이버에서 ‘마포대교’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연관검색어가 ‘마포대교 자살’이다. 사람이 빠져 죽으려면야 어떤 다리에서든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게 마포대교여야 할 이유는 뭐였을까. 풍문에는 증권가가 즐비한 동여의도에 닿아있는 더보기…

글쓴이 RaHye,
창틀에 누워 하품하는 고양이.

이 행성은 고양이가 점령했다. @지구별고양이

고양이를 비롯한 털 달린 동물들의 ‘귀여움’을 한참 즐기다 보면, ‘귀여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대체로 ‘귀여움’은 ‘무해한 대상’에게 느끼기 마련이다. 아기는 내게 치명적인 해를 줄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귀여운’ 캐릭터들은 아기와 많은 특성을 공유한다. 눈이 크고, 몸이 통통하며,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무해한)행동을 한다. 반려동물들이 인간 아기에게 호의적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