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遲刻, 知覺.
무슨 겨울이 이래, 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2020년 1월은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따뜻한 1월‘로 기록됐다. 어느 날엔가, 제주도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섭씨 20도를 넘기며 철쭉과 유채가 철모르고 피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얼죽코’와 ‘얼죽아’인 사람들이 ‘얼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한반도만 그런 게…
아쉬우면서도, 이해는 되면서도. @옛 서도역
열차를 타면, 마냥 즐거웠다. 명절을 맞아 아버지 본가로, 또 집으로 향하는 열차였다. 덜컹덜컹 하는 특유의 규칙적인 소음도 좋았고, 호-도과자가 있어요 호-도과자- 천-안의 명물 호-도과자, 오-징어 맥주- 있어요-, 김-밥이 왔어요 김밥- 하는 열차 내 이동판매원 목소리 듣는 재미도 좋았다. 창밖 풍경이…
보존과 재구성, 그 사이를 걷다 @ 경의선 숲길
매일같이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이 철도다. 1435mm 간격으로 평행하게 놓인 철제 레일 한 쌍, 언뜻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또 어떻게 보면 참 위태로운 시설처럼 보인다. 왕복 6차선, 8차선씩 하는 차도와 비교하면 왜소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길게는 수백km까지…
프레임만 준비하시고, 쏘세요. /w Zeiss Ikon Contessa LKE
노출계가 없다고 해서 사진을 못 찍는 건 아니지만, 분명 적정노출을 잡는 데 실패하는 비율이 높아지기는 할 것이다. 자이스 이콘 콘테사 LKE 카메라는 셀레늄식 내장 노출계를 갖춘 모델이지만, 내가 산 물건은 노출계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처음엔 어느…
‘생각 없음’을 생각하다 @북악산, 창덕궁
처음엔 분명 삼청동 일대를 잠깐 ‘산책’만 하려고 했었다. 그 인근 어디에 올라가면 사람은 별로 없고 전망은 매우 좋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북악산 등산을 하고 있었다. 필름카메라인 캐논 EOS-1을 들고, 여분의 필름은 없이. 이날…
유효기간 13년의 ‘제국’을 생각함 @덕수궁
서울에 남아있는 조선 시대 궁궐을 보면, 이곳이 한 나라의 왕이 기거하던 관저이자 국정이 이뤄지던 중앙 관청 역할을 했던 곳이라기엔 지나치게 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제일 심한 게 숭정전과 태령전 정도만 덜렁 있는 경희궁인데, 그렇게 된 이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