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불명의 복선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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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기후 위기, 설레발, 조급증, 김칫국 @창덕궁

인정해야겠다. 내가 성급했던 게 맞다. 2월의 이상고온으로 꽃 피는 시기가 한참 당겨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지난해 3월 10일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나머지 그전까지의 사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것도 맞다. 건방지게도 3월 둘째 주말에 서울 청계천 매화거리에 가서는…

뭘 했다고 또 연말 v.2023 (올해의 사진 13선)

이게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기후 위기를 넘어선 기후 파탄으로 인해 날씨가 지나치게 오락가락해서 그런가, 자꾸 날짜 감각이 없어진다. 옛날에도 삼한사온이라는 게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분명 며칠 전까지는 코트만 입어도 조금만 걸으면 땀이 났는데 갑자기…

노는 썰물 때 저어야 한다 (@시흥 갯골생태공원)

종점까지 한 정거장, 5번 마을버스는 시가지의 끄트머리를 지나려는 참이었다. “여기 내려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내게, 기사님은 다시 한번 물었다. “공원까지 가는 거예요?” 네, 한 음절로 대답하면서 두리번두리번, 버스 안을 살폈다. 승객이 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챘다. 평일 낮,…

파란 가을 하늘 모음 (@서울 경복궁 광화문, 덕수궁 돈덕전)

한반도에서 매년 가을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땅의 정말 몇 안 되는 지리적 축복 중 하나다. 오죽하면 단군도 이 무렵에 터를 잡고 조선 건국을 선언했겠는가 말이다. 기원전 2333년이면 환경오염도 공해도 없던 시절이니 하늘을 딱 봤을 때의 그…

연꽃 한 번 안 보고 여름을 보낼 순 없어서 @양평 세미원

취재 부서에 있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게 매일 메모(발제)를 올리는 것이었다. 대충 밑그림은 그려 놓아야 내가 뭘 취재하겠다 계획을 올릴 수 있는데, 천성이 게을러서 계획성도 없고 초짜라서(그런데 연차 쌓인 지금도 딱히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식견도 얕은 내가 딱딱 잘…

여행기를 빙자한 입덕기, 혹은 입덕기를 빙자한 여행기 @수원 화성

아이돌 팬 사이에 ‘생일카페’라는 문화가 있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사실 실제로 가본 적은 없었다. 애초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행사를 찾아간 적이 거의 없는데, 그건 아마도 내 타고난 귀차니즘과 그다지 좋지 않은 체력, 체력보다 조금 더 안 좋은 정신건강 때문이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