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과 낮바다, 여수, 여천, 여수EXPO.
영등포에서 외대로 통학하던 시절, 구태여 중간에 중앙선 열차로 갈아탔다가 내리곤 했다. 그냥 1호선 타고 쭉 가기만 하면 되는데도 불필요한 환승 두 번을 집어넣은 것이다. 지금 다시 하라면 아마 안 할 테지만, 그땐 그 길이 좋았다. 용산역에서 출발(당시엔 경의선이 중앙선과 연결돼 있지 않았다)하는 기분도 좋았고, 거꾸로 용산역에 종착하는 느낌도 좋았다. 지금은 들을 수 없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깔리면서 시작되는 “이번 역은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용산, 용산역입니다…” 하는 안내방송도. 반드시 내려야만 하는 수고로움도 하나의 매력이었다.
종착역과 시발역은 특별하다. 더 많이 불리고, 더 깊이 기억에 박힌다. 전라선의 끝, 또는 시작, 여수에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라선 철도의 시종점인 동시에, 내게는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첫 번째 장이기도 하다.
여름휴가 기간에 여수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섬진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던 옛 철도와 만나거나 헤어지면서, 터널 속으로 숨거나 다리 위에서 햇볕을 받으며, 철길은 그렇게 남남동으로 다리를 뻗었다. KTX는 곧은 전라선 철길을 달려, 전주역을 떠난 지 고작 한 시간여 만에 여수 땅에 닿았다. 갈 때는 여천에서 내렸고, 올 때는 여수EXPO에서 탔다. 여천은 한때 ‘여수역’으로 개명될 뻔했던 역이고, 여수EXPO역은 옛 여수역을 계승하는 역이다.(여천~여수EXPO 구간은 여전히 단선으로 남아있어, 여천역이 ‘복선 구간의 종착역’으로 볼 수도 있겠다.)
다행히도 날씨가 참 좋았다. 햇볕도 뜨겁지 않았고, 비가 오지도 않았다. 적당히 선선한 날씨가 딱 여행하기 좋았다.
그리고 더 오래 머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다음에 또 가면 되지, 뭐.
@Bokthe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