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니 장마철도 ‘좋았던 시절’이 되고 만다(/w EOS-1)
징그럽게 덥다. 덥다. 뜨겁다. 푹푹 찐다. 숨이 막힌다.
기온이 섭씨 30도를 훌쩍 넘어 고공행진 중이시다. 어제는 한 1만 보쯤을 걸었는데, 햇볕이 좀 덜 따가운 해 질 녘에 걸었는데도 그건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교훈을 얻고 오늘은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역시 에어컨은 인류 문명의 결정체라 하겠다.
문득 한 보름쯤 전과 요즘을 비교해 본다. 비에 젖지만 않으면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닌가. 기억이라는 건 미화되기 마련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완벽한 날씨라는 건 세상에 없다.
불어난 물에 잠긴 징검다리의 한쪽 팔 끝 즈음에 앉아서, 그 물이 몰고 오는 서늘한 바람과 이따금 튀어 오르는 물방울을 즐기며 가만히 있었다. 사실 저 때 ‘즐기며’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은 것은 저 때 내 피부에 와 닿은 감각이다. 딱 그때, 마침, 하필, 물이 그렇게 콸콸 흘러댄 것이 내겐 다행한 일이다.
필름사진의 매력은 찍는 순간과 찍힌 사진을 보는 순간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것 같다. 오늘 찍은 사진을 오늘 보는 것과 내일 보는 것, 1주일 뒤에 보는 것, 보름 뒤에 보는 것은 각각 다를 것이다. 디지털 사진으로도 그렇게 마음만 먹으면 가능이야 하지만, 사람의 귀찮음은 문명의 이기 따위에 굴하지 않는 법이다.
생각보다 노출도 잘 맞는 것 같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