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 필름 카메라에 필름 끼우기: 펜탁스 mx를 중심으로

오래전에 썼던 내용을 조금 고쳐서 다시 올립니다. -라고 쓰고 ‘조금’만 고치려고 했는데, 다시 찬찬히 보니까 도저히 못 봐주겠는 흑역사 수준의 글이었어서 결국 다 갈아엎고 다시 썼습니다.

사실 원래는 제가 안 잊어버리려고 써놨던 건데요. 최근에 티스토리 블로그 방문자 수가 갑자기 늘었길래(그래 봤자 수십 명 수준이지만) 뭘까 하고 유입 키워드를 봤더니, ‘필름 끼우기’를 검색한 이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복고 열풍 어쩌고’로 얘기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지금 시대의 ‘필름 사진’이라는 건 또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디지털 원주민’들에게는 이게 복고고 자시고도 아니라는 그런 해석이었는데요. 저는 그… 필름카메라가 예뻐서 좋아하는데요… 예 역시 카메라는 예쁜 게 최고입니다. 하여간 필름 사진이 다시 흥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또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일 것입니다.(전문: 2018.01.19.)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면 필름을 넣어야 합니다. ‘카메라’ 하면 당연히 디지털 카메라를 가리키는 말로 생각하는 시대입니다만, 오히려 필름 카메라를 찾는 수요도 다시 늘고 있습니다. 디지털은 편리하고 신속하지만, 어쩐지 ‘찍는 맛’이 덜하다는 평가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버튼 몇 개면 원하는 설정이 뚝딱 완성되는 디지털과는 다르게, 필름 카메라는 손이 좀 많이 갑니다.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문제들이 앞을 가로막은 것이지요. 필름 카메라를 구입한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바로 ‘필름 넣기’였습니다. 대충 어떻게든 넣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몇 롤을 통째로 날려먹고 말이지요. 이게 자동으로 필름을 감아주는 카메라면 괜찮은데, 수동카메라에 필름을 넣는 게 은근히 어려웠습니다.

해서, 저도 두고두고 잊어버리지 않고 참고할 겸, 필름 카메라에 필름 끼우는 방법을 펜탁스 mx를 중심으로 한 번 설명해볼까 합니다.(사실 필름 끼우는 방식은 다양한데, 밑판을 따고 필름을 집어넣는 방식이 있고, 뒷판이 완전히 분리되는 유형이 있고 그렇습니다. 이 글에서 설명하는 방법은 펜탁스 mx와 같은 유형에 대한 설명이므로, 가지고 계신 카메라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확인하세요.)

펜탁스 mx와 코닥 울트라맥스 400입니다. 펜탁스 mx는 지금은 리코에 인수된, 한때 SLR 구조 카메라의 표준을 제시하던 그 펜탁스의 대표적인 완전 기계식 수동 기종입니다. 우수한 성능을 갖췄고, 견고한 몸체는 사용자에게 신뢰성을 선사하죠. 무엇보다도 작고 가볍고 예뻐서(이게 제일 중요) 갖고 다니기가 매우 좋다는 것이 이 카메라의 장점입니다. 오늘 함께할 코닥 울트라맥스 400은 그냥 평범한 감도 400짜리 네거티브 필름인데요. 제가 아직 필름의 색감이나 질을 논할 정도의 식견은 없어서 뭐라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유통기한을 잘 확인합시다. 카메라가 배탈 나면 안 됩니다.

 

1. 필름실 뚜껑을 연다.

필름실 뚜껑을 여는 방법은 카메라 기종마다 다릅니다. 펜탁스 me 기종은 저기 왼쪽 어깨의 되감기 레버를 쑥 뽑아올리면 뒤 뚜껑이 열립니다. 제가 사용하는 또다른 필름 카메라인 ‘미놀타 하이매틱 SD’ 기종은 필름실 뚜껑을 여는 스위치 같은 것이 따로 있더라구요. 이것은 기종마다 다르니, 사용 설명서나 사용기 등을 읽어보시고 파악하셔야 될 겁니다.

빨간 원 속의 쟤를 뽑을 기세로 들어올리시면 됩니다. 초점이 나간 것 같지만 신경 쓰지 말도록 합시다.

되감기 레버가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이제 필름으로 배가 채워질 것이므로 잠깐만 참아달라고 간청하십시오.

필름통에서 필름을 꺼낸 상태. 필름 꽁다리가 나와 있는 게 보입니다.

 

2. 필름을 넣는다.

이왕 보이는 것 좀 더 예쁘게 보이라고 플래시를 천장에 쳤더니 이렇게 하얗게 빛이 반사되고 말았습니다. 반사는 무지개 반사가 킹짱캡숑 쎈 건데, 백색광 반사는 어느 정도일까요? 프리즘으로 나누면 어차피 무지개색이 될 테니 무지개 반사랑 같은 것일까요? 프리즘의 반짝임이라면 역시 오버 더 레인보우죠.

어쨌든 다시 찍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필름 다리를 잡아당겨서, 위 사진과 같은 길이를 만들어 줍니다. 딱 어느 정도로 뽑아내야 한다는 그런 것은 아니고, 필름을 끼워넣고서 반대편 감는 장치에 닿고 조금 남을 정도로만 뽑아주시면 됩니다. 짧으면 더 뽑으시면 되고, 길면 나중에 되감기 레버로 되감으면 됩니다.

  • 자동으로 필름을 감아주는 카메라에서는 보통 저것보다 조금 짧게 뽑아 필름실에 넣고 뚜껑을 닫으면 자동으로 감깁니다.

 

3. 필름을 홈에 맞춘다.

오른쪽 하얀 톱니바퀴 같은 것이 보이시나요? 이 틈에 필름 다리의 끝 부분을 과감하게 찔러넣습니다. 하얀 회전체는 필름 장전 레버를 젖힐 때 돌아가는 것으로, 여기에 꽂힌 필름을 물고 회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필름이 허술하게 꽂혔다면 몇 컷 찍고 나서 필름이 풀려버리는 참사를 겪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꽁다리를 확실하게 꽂아 넣읍시다. 힘줘서 꽂아 넣는다고 쟤가 비명을 지르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동그라미 친 부분을 주목하세요. 까만 톱니 비슷한 것이 있지요? 필름에는 필름을 원활히 감기 위해 구멍이 촘촘히 나 있습니다. 이 구멍에, 톱니가 정확히 맞아 들어가야 합니다. 장전 레버를 한 번 천천히 젖히면서, 다른 손으로 저 구멍을 정리해주세요. 톱니가 필름 구멍에 맞아 들어가는지 확인하시면서, 만약 어긋나 있다면 손으로 필름을 밀어 맞춰주세요. 저게 잘 안 맞으면 필름이 제대로 감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이런 모양이 돼야 합니다.

 

4. 뚜껑을 닫고 공셔터를 날린다.

자, 이제 뚜껑을 닫아주세요. 그리고 아까 뽑았던 되감기 레버를 눌러주세요. 아마 한 번에 쑥 내려가진 않을 것입니다. 살짝 살짝 카메라를 흔들어가며 내려주세요. 끝까지 눌렸다면, 이제 셔터를 한 번 눌러봅시다. 아까 퍼포레이션 홀을 맞추면서 셔터를 장전했을 것이므로, 버튼을 누르면 셔터가 한 번 열렸다 닫힐 것입니다. 왠지 한 컷을 버리는 기분이 드시겠지만, 이것은 어차피 빛에 닿아서 쓸 수 없는 부분이므로 어차피 버린 것입니다. 신포도를 이제 그만 놓아줍시다.

 

5. 필름이 잘 들어갔는지 확인한다.

다시 장전 레버를 힘차게 젖혀봅시다. 이때, 빨갛게 동그라미 친 부분이 함께 돌아가는지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장전 레버는 젖혀지는데 되감기 레버가 안 돌아간다면, 필시 필름이 제대로 안 꽂힌 경우입니다. 이 때에는 다시 뚜껑을 열고 필름이 들어간 상태를 점검해보셔야 합니다. 물론 한두 컷이 버려지겠지만, 한두 컷을 버려서 34~35컷을 살리는 셈이니, 꼭 확인하십시오.

 

6. 감도 설정

진짜 중요한 게 하나 남았습니다. 필름의 감도와 카메라 노출계를 서로 맞춰주는 작업인데요. 잊어버리면 카메라의 노출 계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그냥 잠깐 수고해서 감도를 맞춰줍시다.

펜탁스 mx는 위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셔터속도 다이얼에 감도 설정 기능이 붙어 있습니다. 숫자 15 옆에 있는 은색 버튼을 누른 채로 다이얼을 돌리면, ASA라 쓰인 곳에 있는 창에서 숫자가 바뀌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이 숫자가 감도입니다. 증감 또는 감감 현상(현상 과정에서 감도를 끌어올리거나 내리는 기법)을 염두에 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필름통에 적힌 숫자와 맞춰주시면 됩니다. 물론 필름의 감도를 자동으로 인식해서 설정해 주는 카메라라면 딱히 신경 쓰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감도를 설정하는 방법은 카메라마다 다른데요, 펜탁스 mx는 설명드린 대로 셔터속도 다이얼을 이용하는가 하면, 펜탁스의 조리개우선노출식 카메라인 me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셔터속도 다이얼이 아예 없습니다. 그럼 뭘 돌리면 되느냐?

왼쪽 어깨를 보시면 이렇게 노출보정 다이얼이 되감기 레버 부분을 감싸고 있는데요. 저 다이얼을 살짝 들어올린 채로 돌리면 감도 수치가 바뀝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프로그램노출 목측식 카메라 하이매틱 SD인데요. 렌즈가 붙박이인 카메라들 중에는 이렇게 감도 설정 기능이 렌즈 부분에 달린 것도 있습니다. 안쪽 요철이 있는 링을 돌리면 감도 수치가 조절됩니다.

감도는 보통 ASA나 ISO로 표현하는데, 이런 게 쓰여 있는 부분을 찾아보시면 감도 설정 기능이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7. 찍는다.

이제 사진 찍으러 가십시다. 필름 카운터는 한 컷 정도 오차가 생길 수 있는데, 한 롤 한 롤 찍다 보면 감이 생길 것입니다. 저도 끼워 놓은 필름 얼른 다 찍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사진을 찍을 때 제일 큰 걸림돌이 뭐냐면 게으름과 귀차니즘인데요. 필름은 특히 36컷 한 통을 다 비우지 않으면 현상을 못하니까(물론 현상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한 컷만 찍고 현상해도 됩니다. 다만… 이러면 너무 아까우니까요…) 필름 한 통에 봄여름가을겨울이 다 들어있는 경우도 왕왕 생깁니다. 저도 그랬네요.

의식적으로라도, 아무거라도 찍어보다 보면 그중에서도 좀 뿌듯한 게 나올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또 재미가 붙고,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 이건 저한테 하는 말입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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