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불명의 복선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저수지를 상공에서 내려다 본 사진. 오른쪽에 나무 데크로 된 산책로가 있다.
사진 기계 다루는 이야기

오랜만에 다시, 아주 짧은 비행 /w DJI Spark

서울로 온 이후론 내 드론은 그냥 가방 속에서 잠자는 신세가 됐다. 온통 비행금지구역과 비행제한구역이라 날릴 곳도 없고, 그렇다고 배터리 한 개당 10여 분에 불과한 비행을 위해 작정하고 어딜 가기도 뭐하고, 그래서 방치한 것.

바닷가를 위에서 내려다 본 사진. 왼쪽 하단에 맑은 바닷물이 있고, 중앙을 사선으로 가로질러 바위 해안, 오른쪽 위에는 소금빌레가 있다.
2020.06.20. 구엄포구 인근. 오른쪽의 빛나는 부분이 소금빌레다. 가끔 이런 경우가 아니면 드론은 봉인 상태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2021년 3월에 무게 250g 이상의 드론을 날릴 때 반드시 제4종 조종자격증명을 갖춰야 한다는 규정이 생긴 것이다. 내가 가진 DJI 스파크는 기체 무게가 250g을 초과하기 때문에, 드론을 날리려면 아무튼 자격증명부터 받아야 했다. 무슨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온라인 교육 6시간 듣고 시험 한 번 보면 되는 거지만, 원래 그런 게 더 마음 먹기도 어렵고 진도도 안 나가는 법이다.

미루고 미루다가 2021년 11월에 한국교통안전공단 배움터에 들어가 수강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이 모든 과정이 금방 순조롭게 끝날 것 같았다. 퇴근하고 하루에 하나씩 들으면 되지! 같은 무모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배움터 첫 화면을 갈무리한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배움터 첫 화면.
한국교통안전공단 배움터의 수강신청 화면. 수강 리스트에는 무인동력비행장치 4종(헬리콥터), 무인동력비행장치 4종(멀티콥터), 무인동력비행장치 4종(무인비행기)가 표시돼 있고 학습시간은 6시간, 교육기간은 2021-04-19~2022-12-31(30일), 수강료 0원이 표시돼 있다.
드론은 이 중에서 ‘멀티콥터’를 고르면 된다.

강의는 한 달 안에 모두 들어야 한다. 표시된 기간이 좀 애매하게 보이는데, 2022년 12월 31일까지 과정이 열려 있고 그 가운데 언제 신청을 하면 그 신청일로부터 30일 내에 다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변수였다. 처음엔 사람이란 게, 참 쉽게 수강할 거라, 그렇게 믿었었는데, 그렇게 믿었었는데…

그렇다. 우물쭈물하다가 한 달을 넘겨버린 것이다. 한 4시간쯤 들었었나, 그랬던 것 같다. 강의를 더 들을 수도 없는데 수강신청 화면은 저 상태에서 바뀌지를 않고, 어디 다시 교육을 신청할 수 있는 그런 메뉴도 없었다. 다음 차수에 재수강할 수 있다고는 돼 있는데, 다음 차수라는 게 뭔지?… 설마 2022년 12월 31일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걸까?

방법을 찾아보다가 혹시 회원가입을 다시 하면 수강신청을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해봤더니… 된다! 이렇게 해서 겨우 다시 수업을 듣게 됐다는 이야기.

교육안내 온라인 교통안전교육은 운전 중 휴대전화 및 영상표시장치를 이용한 교육수강을 제한합니다. 운전 중 휴대용 전화(자동차용 전화 포함) 사용을 금지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제10호) 운전 중 영상표시장치를 통하여 운전자가 운전 중 볼 수 있는 위치에 영상 표시 금지(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제11호)  (회색 상자 안에 빨간 글자로 적혀 있다.) 본인은 운전 중 휴대전화 및 영상표시장치를 이용해 교육 수강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위반에 따른 불이익은 본인 책임임을 동의합니다.  동의/비동의 선택할 수 있는 칸이 있고 오른쪽 아래에 확인 버튼이 있다.
운전 중 학습을 금한다는 내용의 안내가 먼저 뜬다.
무인동력비행장치 4종(무인멀티콥터) 교육의 목차. 항공안전법, 항공사업법, 공역 및 항공안전, 무인항공기 인적요인, 무인비행장치시스템, 비행이론 및 회전익 항공기 국가자경연습, 항공기상.
교육 커리큘럼 구성.

교육은 일곱 가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항공안전법’과 ‘항공사업법’은 드론 비행과 관련한 법규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취미로 드론을 날리는 사람이라면 ‘공역 및 항공안전’ 부분이 아마 가장 중요하게 와닿을 텐데, 공역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어디서는 날리면 안 되고 어디서는 날려도 되는지를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준다. 대체로 옛날에 모 재단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배웠던 내용들이긴 한데, 그 사이에 바뀐 내용도 있고(특히 법규), 더 자세히 들어가는 내용도 있어서 딴청 피울 새 없이 집중해서 들어야 했다.

교육수료증.
그렇게 됐다. 발급 날짜는 오늘 날짜로 찍히는구나…

교육 뒤에 시험문제를 풀어야 수료가 되는데, 문제가 은근히 까다롭다. 만만하게 보지 말고 그냥 처음부터 교육을 집중해서 잘 듣는 것이 좋겠다.

지난주, 두어 달 만에 본가에 다녀왔다. 하필이면 때가 전주국제영화제 기간과 겹쳐서 열차표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지만, 아무튼 나는 또 해냈다. 그리고 김제 금평저수지로 소소한 가족 나들이를 떠나면서 방치돼 있던 드론을 꺼내 가져갔다.

저수지를 상공에서 내려다 본 사진. 오른쪽에 나무 데크로 된 산책로가 있다.
2022.05.08. 김제 금평저수지.
저수지 수면에 가까운 저공에서 저수지를 바라보는 사진. 위쪽 양 귀퉁이에 빨간 선 몇 가닥이 그어져 있다.
전진비행하면서 사진을 찍으면 드론의 로터가 화각 안에 걸린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상단 양쪽의 빨간 줄이 로터 자국이다.

배터리 한 개도 채 다 쓰지 못한 아주 짧은 비행이었지만, 그냥, 오랜만에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좋았다. 늘 땅에 몸을 붙이고 있어야 하는 생물이 공중에서 뭘 찍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신선하고 상쾌한 것이다. 앵글이 늘 똑같으면 지겹고 피곤하고 지치는 법이라서.

@Bokthe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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