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불명의 복선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복선

이천이십일년 가을, 시월을 배웅함 @서울 불광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니 추분이 벌써 한참 전에 지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 찾아보니 이미 추석 즈음에 추분점을 지났다고 한다. 어쩐지 아무리 일찍 퇴근해도 하늘이 어둑어둑하더라니. 저녁이 없는 삶이다.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흰머리를 뽑았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물학적으론 이미 ‘그럴’…

그저 저어한 마음에 @인천 정서진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연휴에 붙여 휴가를 하루 쓰게 됐다. 늘 그랬듯이, 무슨 계획이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2주 동안의 주 4일제 베타테스트로 주간 노동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그런데도 해소되지 않은 거대하고 무거운 피로 때문에, 그저 하루쯤 더 쉬어보고…

비 오는 날이면 간이역에 가야 한다 @서울 경춘선 숲길&화랑대역

어떤 노랫말은 사료로서 가치가 있다. 자주 들르던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매장 내 배경음악으로 늘 동요가 흘러나왔다. 그중에서 ‘숫자송’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일! 일 초라도 안 보이면 이! 이렇게 초조한데 (중략) 오! 오늘은 말할 거야 육십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내려다보며 내려다보임을 준비하다 @고양 행주산성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었나? 대개 이런 말을 “그러니까 노력하자!”라는 문장을 뒤에 숨긴 채 하던데, 사실 이 ‘높이 난다’는 것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타고나는 것에 가깝다. 수천km씩 이동해야 하는 철새와 그렇게까지 이동할 필요는 없는 텃새의 비행능력이 같을 수…

호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w 창귀(안예은)

다만, 언젠가는 그 업이 다해 뒤집힐 날도 올 것이다.

늙디 늙은 카메라의 마지막 필름 한 롤 /w Fujica 35-SE

뷰파인더가 만들어 보여주는 상, 렌즈의 초점을 조절하면 따라 움직이는 뷰파인더 내 이중상, 왼손으로 조작하는 조리개 링의 탁탁 끊어지는 맛,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젖히는 필름 감기 레버의 장력, 필름실 뚜껑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필름 특유의 그 냄새, 그리고 셔터가 닫히고 열리는 기계적 움직임이 만드는 자연스러운 소리까지. 폰카가 흉내 내지 못하는 그 경험이야말로 ‘겉멋’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