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아주 짧은 비행 /w DJI Spark
서울로 온 이후론 내 드론은 그냥 가방 속에서 잠자는 신세가 됐다. 온통 비행금지구역과 비행제한구역이라 날릴 곳도 없고, 그렇다고 배터리 한 개당 10여 분에 불과한 비행을 위해 작정하고 어딜 가기도 뭐하고, 그래서 방치한 것.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2021년 3월에 무게 250g 이상의 드론을 날릴 때 반드시 제4종 조종자격증명을 갖춰야 한다는 규정이 생긴 것이다. 내가 가진 DJI 스파크는 기체 무게가 250g을 초과하기 때문에, 드론을 날리려면 아무튼 자격증명부터 받아야 했다. 무슨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온라인 교육 6시간 듣고 시험 한 번 보면 되는 거지만, 원래 그런 게 더 마음 먹기도 어렵고 진도도 안 나가는 법이다.
미루고 미루다가 2021년 11월에 한국교통안전공단 배움터에 들어가 수강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이 모든 과정이 금방 순조롭게 끝날 것 같았다. 퇴근하고 하루에 하나씩 들으면 되지! 같은 무모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강의는 한 달 안에 모두 들어야 한다. 표시된 기간이 좀 애매하게 보이는데, 2022년 12월 31일까지 과정이 열려 있고 그 가운데 언제 신청을 하면 그 신청일로부터 30일 내에 다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변수였다. 처음엔 사람이란 게, 참 쉽게 수강할 거라, 그렇게 믿었었는데, 그렇게 믿었었는데…
그렇다. 우물쭈물하다가 한 달을 넘겨버린 것이다. 한 4시간쯤 들었었나, 그랬던 것 같다. 강의를 더 들을 수도 없는데 수강신청 화면은 저 상태에서 바뀌지를 않고, 어디 다시 교육을 신청할 수 있는 그런 메뉴도 없었다. 다음 차수에 재수강할 수 있다고는 돼 있는데, 다음 차수라는 게 뭔지?… 설마 2022년 12월 31일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걸까?
방법을 찾아보다가 혹시 회원가입을 다시 하면 수강신청을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해봤더니… 된다! 이렇게 해서 겨우 다시 수업을 듣게 됐다는 이야기.
교육은 일곱 가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항공안전법’과 ‘항공사업법’은 드론 비행과 관련한 법규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취미로 드론을 날리는 사람이라면 ‘공역 및 항공안전’ 부분이 아마 가장 중요하게 와닿을 텐데, 공역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어디서는 날리면 안 되고 어디서는 날려도 되는지를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준다. 대체로 옛날에 모 재단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배웠던 내용들이긴 한데, 그 사이에 바뀐 내용도 있고(특히 법규), 더 자세히 들어가는 내용도 있어서 딴청 피울 새 없이 집중해서 들어야 했다.
교육 뒤에 시험문제를 풀어야 수료가 되는데, 문제가 은근히 까다롭다. 만만하게 보지 말고 그냥 처음부터 교육을 집중해서 잘 듣는 것이 좋겠다.
지난주, 두어 달 만에 본가에 다녀왔다. 하필이면 때가 전주국제영화제 기간과 겹쳐서 열차표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지만, 아무튼 나는 또 해냈다. 그리고 김제 금평저수지로 소소한 가족 나들이를 떠나면서 방치돼 있던 드론을 꺼내 가져갔다.
배터리 한 개도 채 다 쓰지 못한 아주 짧은 비행이었지만, 그냥, 오랜만에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좋았다. 늘 땅에 몸을 붙이고 있어야 하는 생물이 공중에서 뭘 찍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신선하고 상쾌한 것이다. 앵글이 늘 똑같으면 지겹고 피곤하고 지치는 법이라서.
@Bokthe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