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은 온다.
요즘처럼 ‘개인 공간’이 넉넉하게 존중받는 때가 전에도 있었나 모르겠다. 다른 사람과 2m씩 거리를 두고, 집단 행사는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회식도 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시차를 두고 출근하고, 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마냥 생경하다. 여기가 그렇게도 집단과 단결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이 맞습니까, 묻고 싶을 지경이다. 약간 ‘호들갑’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코로나19(COVID-19)가 전파력이 강하다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원래 그동안의 문화와 습관이 감염병에 취약한 것이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마 이 감염병 유행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술잔들을 돌리고 단체행사를 열고 으쌰으쌰 ‘인화단결’을 외치고 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괜히 자리에 있는 손 소독제를 한 번 짜서 손에 바른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손을 잘 씻는 것이 훨씬 중요하단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라면, 바로 ‘사회적 거리 두기‘겠다. 사람이 붐비는 쇼핑몰 이용 자제하기. 혼잡한 식당이나 카페 이용 줄이기. 산책은 야외로. 집에 종일 있더라도 새천년건강체조(국민건강체조)나 스쾃(스쿼트) 같은 간단한 운동으로 몸을 적당히 움직이기. 나야 뭐 애초 카페 자주 가는 것 말곤 ‘사회적 거리’를 좁게 두는 사람이 아니라서 딱히 어렵지는 않다. 그게 어려운 사람들, 이를테면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장애인이라든지, 이런 사람도 있을 텐데, 이런 부분에서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지구는 돌고, 봄은 온다. 사람의 체온이 닿지 않는 거리, 그 공백은 태양의 복사열이 가득 채웠다. 섭씨 10도를 훌쩍 넘겨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서울 곳곳에 노란 산수유꽃이 피었다. 언제 깼는지 모를 나비가 꽃 사이를 헤집는다. 매화는 조그만 꽃망울을 쑥쑥 밀어 올린다. 햇볕을 최대한 공평하게 나눠 받을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 혐오가 아닌,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양분과 적당한 연대의 힘으로.
그리고 그렇게 우리도 일상을 유지하고, 곧 이겨낼 것이다. 비누로 손을 잘 씻으면서, 서로의 적당한 거리를 존중하면서.
@Bokthe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