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끝, 순리는 불편하고 상식은 어렵구나 @서울 불광천, 신사근린공원
순리대로. 상식적으로. 이런 말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여겨지지만, ‘순리’와 ‘상식’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해방둥이 세대와 Z세대의 순리가 같기 어렵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다주택 소유자의 상식과 무주택 떠돌이 세입자의 상식이 같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한 시대의 ‘보편’적인 순리와 상식은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국가가 어떤 중대사를 진행할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누구도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것에 의한 차별과 혐오를 받아서는 안 된다. 사람의 목숨은 어떤 물질보다 소중하게 여겨져야 한다. 이런 것들.
그런 보편적 순리와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를 바람직한 사회라고 말할 수는 없을 터다. ‘차별’을 시정하는 조치에 대해 ‘불공정하다’며 맞서는 식의 몽니들이 난무하는, 혐오자들의 놀이터가 되어가는 그런 사회. 그렇지만 그걸 받아들일 수 있든 없든 이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다면 언제까지고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겠지. 그게 이 사회의 구성원 된 책임일 것이다.
2022년 3월은 여러 힘들고 좌절스럽고 슬프고 피곤하고 아픈 일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나를 괴롭힌 달이다. 27일, 끙끙 앓다가 오랜만에 나선 산책길엔 연둣빛이 쑥쑥 올라와 있다. 노란 산수유꽃도 피었고, 그 꽃들 사이로 벌들이 날아다닌다. 한층 쾌청해진 하늘 아래 목련 꽃눈이 쑥쑥 올라가고 있다. 물론 새들도 신이 났다. 쇠박새는 어떻게 그 작은 몸에서 그런 우렁찬 노랫소리가 나오는 건지.
불광천 벚꽃은 피려면 아직 한참 남은 것 같다. 지난해엔 서울 기준으로 3월 말에 벌써 벚꽃이 피면서 약간 쌔-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올해는 아무래도 꽃 피는 시기가 4월로 넘어갈 모양이다. 이게 다행인 건가, 아닌 건가. 하도 세상이 불확실성 투성이다 보니 뭘 판단할 잣대가 없다.
따뜻해졌다고 일찍 나온 꽃이 꽃샘추위를 맞고 얼어 죽어서 큰 문제가 된 게 최근 몇 년 동안의 일이다. 원래 꽃샘추위가 없던 것이 아니지만, 최근 기후변화 때문에 꽃 피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그 피해가 더 커진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꽃샘추위를 없애버릴 방법은 없다. 이걸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게 2022년 3월이 남긴 과제다.
@Bokthe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