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워드프레스를 열었는데 뭔가 못 보던 경고 메시지가 떴다. rest api에 문제가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무시하고 진행하려 했는데, 무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임시글 저장부터가 안 되는 것이다. 뭐지? 대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거지?(rest api겠죠…) 어디서 문제가 생겼으면 어쩔 것인가, 내가 알지도 못하고 아마 높은 확률로 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뭘 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어쨌든 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므로 이것저것 손을 대기 시작했다. 뭔가가 충돌했다면 플러그인 중에 범인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류 메시지에 적혀 있는 AIOSEO 플러그인을 비활성화해봤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플러그인을 다 꺼봤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혹시 테마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테마를 바꿔봤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답답해서 여기저기 검색해 봤다. 찾아보니 고유주소 설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길래, 급한대로 이쪽을 바꿔봤다.

고유주소를 ‘일반’으로 바꾸니까 일단 경고 메시지는 사라지고 임시글 저장도 가능하게 됐으며 하여간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전에 쓴 글들의 주소가 바뀌면 링크가 다 깨질 텐데… 라는 약간의 불안감이 있을 뿐이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러고서 별 문제가 없었다면 그냥 그대로 쭉 갔을지도 모른다. 네이버와 구글에 등록해 둔 사이트맵, rss 주소도 새 고유주소 체계에 따라 업데이트해줬으니 깨진 링크의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차차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기엔 기존 고유주소 체계로 운영한 시간이 길긴 했지만)했다. 이렇게 쓰는 이유는 물론 ‘별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에서 내부 링크가 깨져나간 것이다.

카테고리 밑으로 들어가서 페이지 수를 클릭했더니 주소가 엉켜서 404 에러가 나온다. 예를 들어 “page/3/?cat=5” 하는 식으로 출력됐어야 하는 주소가 “page/3/?cat=5%3Fcat=5” 뭐 이런 식으로 엉키는 것이다. “%3” 뒤를 지우고 주소창에 넣어보니 또 된다. 그런데 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수정할 방법을 나는 모른다. 하…… 나는 미적분도 안 배운 세대의 진성 문과인간인데……(근데 이것도 따지면 ‘언어’ 문제 아닌가?ㅋㅋ 아님 말고)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의외의 곳에서 찾았다. 바로 .htaccess 파일이 제대로 저장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검색해서 발견한 이 블로그의 내용을 참고해 수정하고, 고유주소 설정을 다시 원래 쓰던 “/archives/%post_id%/”로 바꿨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였던 모든 문제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htaccess 파일에 대한 해킹 같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htaccess 파일에 엉뚱한 내용이 덧씌워져서 강제로 다른 사이트로 납치된다거나 하는 일도 있었다. 그 뒤로 파일 권한설정을 함부로 바꾸거나 하지도 않고 FTP 접속도 잠금으로 설정해 두곤 하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내 웹호스팅 계정이나 FTP 비밀번호가 털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일까? 갑자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냥 삽질이었다. 그런데 더 알고 보니 무서운 일이었던 것이다. 비밀번호를 바꾸고 FTP 잠금 설정을 다시 확인했다. 보안에 좀 더 유의해야겠다.

끝.

@Bokthe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