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불명의 복선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카메라가 찍어준 사진

문득 생각나서 꺼내보는 11년 전 도라산역.

2007.10.14. 도라산역.

평양행 새마을 기차표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발권됐단다. 진짜로 평양까지 가는 표는 아니고, 늦봄 문익환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특별히 준비된 것이라고. 실제로는 경의선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북쪽 역인 도라산역까지 가서 문화제를 보고 돌아오는 행사였다고 한다. 푯값은 2만7000원. 비록 이벤트성이긴 해도, 언젠가는 ‘평양행 새마을’, ‘평양행 KTX’ 같은 것도 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본다.

11년 전에도 비슷한 기대가 있었는데, 경의선이랑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사업이 진행되면서 남북 서로의 열차가 휴전선을 넘은 일이 있었다. 그게 2007년 5월 17일이었는데, 남쪽 열차는 개성까지, 북쪽 열차는 제진까지 운행했다. 일회성 행사였지만 앞으로 언젠가 이것이 정식 개통으로 이어지고 마침 또 다가오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열차로 가니 어쩌니 하는 얘기도 나오고 그랬는데 그런 만남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난 알 수 없는 예감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을때쯤……(이명박 이명박박 이명박 이명박박)

그게 이거였음. 서울역에 있던 광고.

하여간에, 그때 일명 ‘도라산 라이너’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공식 명칭은 아니다. 서울역에서 단돈 2000원이면 임진강을 지나 도라산까지 새마을호 열차로 갈 수 있었는데, 사실 새마을호를 이때 처음 타본 거라 모든 게 신기하고 좋았다.

2007.10.14.
2007.10.14.

위 사진은 임진강역인데, 임진강에서 한 번 내려서 절차를 밟고 그 다음에 도라산역으로 갔다. 도라산역은 민통선 안에 있기 때문. 평양까지 209km라고 표시된 것이 인상적이다.

2007.10.14.

임진강에서 비표를 받아서 다시 열차에 오르면, 곧 도라산역에 닿는다. 생긴 건 그냥 평범한 역사처럼 생겼는데, 뭔지 모를 그런 기운 같은 게 좀 있다. 당연하지, 민통선 안인데.

2007.10.14. 플랫폼.

사진을 찍어도 되는 곳이 있고 찍으면 안 되는 곳이 있는데, 일단 북쪽을 배경으로 땡겨서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딱히 제재를 강하게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헌병이 막 늘어서 있거나 그러지도 않았음. 그냥 보통 역의 역무원 정도 느낌으로 서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2007.10.14.

역사 내부에는 이런 그림들이 한가득이었음.

2007.10.14.

하여간 머지않은 미래에 저 북쪽으로도 꼭 가보고 싶다. 코레일이 귀신같이 평양냉면 관광열차 P-train 같은 거 만들고 그럴 날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사진은 전부 삼성의 똑딱이 S850으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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