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조] 등잔 밑은 늘 어둡다 @신사근린공원 (딱따구리 편)
한 번 동네 탐조에 맛을 들이니까, 그간 내가 놓쳤을지 모를 기회들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산책 좀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가던 곳만 가서 보던 것만 보고 잠깐 어슬렁거리는 것을 내가 산책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도시탐조] 새를 보려거든 새길보단 샛길로 @서울 봉산
지난 번 공원 탐조 나들이 때 쇠딱따구리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 게 아무래도 아쉬워서, 가까운 공원이나 야산 중에서 딱따구리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마침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에 ‘봉산’이라고 하는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길래 한 번 찾아가…
도시탐조, 일상 속에서 작은 관심을 나눠보기 @서서울호수공원
따라라라라라닥딱. 소리가 아주 선명하다. 이 소리를 내는 존재가 분명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런데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시야 안에는 있는데 내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번 더, 오타를 골라내듯이, 찬찬히 살핀다. 따라라라라라닥딱. 아까와 같은 방향이고 거리도 비슷하다. 그럼…
2021년을 보내며-제정신으로 살기가 이렇게 힘들지만
지난해 말미에, 그 해를 돌아보며 ‘거대한 농담 같았던 해’라고 쓴 적이 있다. 2020년은 정말로 ‘농담 같은’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문을 열어서 무슨 들어본 적 없는 조합의 한국어로 된 온갖 정치뉴스(무슨 180석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는 얘기라든지, 그랬는데 얼마 안…
단풍? 낙엽? 암튼 감사합니다? @서울 창경궁, 운현궁, 경복궁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뭔가 ‘그럴싸한 것’을 해내지 못하면 죄책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걸까? 이 죄책감이라는 게 ‘무엇에 대한’ 죄책감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기분’이 그럴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안 그래도 ‘내 시간’은 짧은데 그걸 고대로 게으름 앞에 갖다 바치며…
이천이십일년 가을, 시월을 배웅함 @서울 불광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니 추분이 벌써 한참 전에 지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 찾아보니 이미 추석 즈음에 추분점을 지났다고 한다. 어쩐지 아무리 일찍 퇴근해도 하늘이 어둑어둑하더라니. 저녁이 없는 삶이다.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흰머리를 뽑았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물학적으론 이미 ‘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