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천 애기오리 관찰기 세 번째. /w 올림푸스 40-150 pro
두 번째 관찰기에서 어린 오리들의 안위를 걱정했지만, 다행히 이 오리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냥 다시 만난 게 아니라,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이날 두 집단을 만났는데, 한 집단은 이제 정말 어미와 새끼를 구분하기 어렵게 됐고, 다른 한 집단은 그래도 아직 새끼는 새끼여서 날개를 보면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로 미루어 보면, 두 집단 모두 틀림없이 얼마 안 가 하늘을 날게 될 것이다. 그러면 여길 떠날까? 아니면 그대로 눌러앉게 될까? 아니면 일부는 떠나고 일부는 남는 걸까? 그건 오리무중이다.
그런데 전에 봤을 때보다 어린 오리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지나가던 이의 말로는 길고양이가 잡아먹었다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상당히 성장한 오리를 길고양이가 잡아먹었다? 그게 가능할까? 아니다, 고양이는 ‘몸집만 좀 작은 맹수’니까 가능할 수도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것을 생태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순환이라고 보면 되나? 그럼 사람은 씁쓸해하고 끝나면 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그 전에 씁쓸해할 자격은 있는 걸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이날 따라 유독 오리들이 스트레칭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날이 궂어서 찌뿌둥했던 것일까? 주기적인 스트레칭은 몸에 좋다. 한 자세로 너무 오래 앉아있지 말고, 척추수술 1700만원의 무서움을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회피하자.
한편 이날도 오리가족이 놀던 곳 주변엔 어김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오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이 다들 신기한 모양이었다. 오리들은 거의 손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접근하기도 했는데, 개울 바닥을 헤집기도 하고 물풀을 뜯기도 하고 가끔 활개도 쳤다. 지나치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놓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해꼬지하는 사람이 없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어쩌면 그런 걱정이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저들도 어련히 눈치가 있고 생존본능이 있겠거니. 알아서 잘 살 것이다. 하천에 쓰레기 버리는 못된 사람들만 없다면. 하천에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애기오리들이 담배꽁초를 먹잖아!
@Bokthe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