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불명의 복선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하는 소리

칭찬만으로 고래를 춤추게 할 수는 없지만 /w Todo mate

  • 던던댄스 던던댄스 던던댄스 베비깁미베비깁미베비깁미모얼
  • 고래, 또 물보라를 일으켜… 대권주자 레이스 정책 검증 본격화
2021.07.04. 서울 불광천. 딱히 글 내용과 관련은 없음.

늘 ‘장기적 안목’ 같은 표현을 접하는 일상이지만, 그게 ‘내 일’이 되면 할 말이 없어지곤 한다. 천성이 주의가 산만하고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며 뚝심도 딱히 없는데 거기에 더해 조급증도 심하다 보니, 무슨 계획을 세워서 진득허니 밀고 나가지를 못한다. 어찌어찌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그걸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워낙 잘 알다 보니 좀 커서는 ‘지키지도 못할 계획은 뭐하러 세우나?’ 같은 식으로 아예 계획 세우기 단계부터가 잘 안 되는 몸이 되고 말았다.

당연히 뭘 깜빡하거나 어그러뜨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도 아직 나름대로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면서 적당히 사람처럼 지내는 것은 별 게 아니고 계획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하루살이적 라이프스타일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겠다. 다행히 직업적으로 하는 일이 대체로 긴 호흡이나 계획적인 완급조절 같은 걸 할 필요가 없이 하루 단위로 딱딱 끊어지는 편이고, 딱히 약속이 자주 있거나 무슨 정기적인 활동이 있거나 한 것도 아니라서 일정을 관리할 필요도 딱히 없는 삶이라 그럭저럭 유지가 되는 것 같다. 그냥 나 혼자 알아서 잘 있으면 되는 것이다.

2021.07.04. 서울 불광천의 오리.

그러나 사람은 나이를 먹고, 사람의 기능은 별다른 단련을 하지 않으면 금방 퇴화하기 마련.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만약 이렇게 극도로 단순화된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전에, 나는 왜 사는 걸까? 이 삶이 세상에 어떤 이로움을 주는가? 알 수 없다. 예의 그 조급증이 다시 도진다. 이나생전 거들떠보지도 않던 일정관리 앱에 흥미를 느낀 것은 아마 이런 사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Todo mate는 단순한 일정관리 앱에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를 영리하게 덧붙인 앱이다. 그 아이디어란 바로 ‘친구’의 존재다. 왜, 그, 무슨 목표를 세웠으면 주위에 알리고 다니라는 말도 있지 않나. 주위의 지지와 견제(?)와 감시(??)가 있으면 훨씬 수월해진다는. 대충 비슷한 원리다.

Todo mate에서는 친구를 팔로우할 수 있다. 공개범위 설정에 따라 친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완수했는지 볼 수 있다. 어떤 일정을 작성해놓고 나중에 완료했다고 표시하면, 팔로워가 알림을 켜놓은 경우 실시간 푸시 알림으로 보고(?)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즉시 앱을 켜서 8가지 이모티콘 중 하나를 골라 남길 수 있다. 이모티콘은 전부 ‘기쁨’이나 ‘칭찬’, ‘축하’의 의미를 담은 것들이다. 무슨 잔소리를 한다거나 비난한다거나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칭찬을 받기 위해 뭐라도 적어놓고 그것을 수행하게 된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다. 물론 써놓기만 하고 실제론 딱히 하지도 않았으면서 완료 표시를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왜…?

이 여덟 개 중 하나를 찍을 수 있다.

이것이 반복되면 더 많은 칭찬을 받기 위해 스스로 목표를 세분해 쓰게 된다. 중국 완다그룹의 창업자 왕젠린도 말했듯, 처음엔 큰 욕심 없이 ‘달성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밟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똑같다.

뭐…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앱 내 달력을 알록달록하게 장식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겠는가? 사람이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괜히 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할 일의 카테고리를 잘게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단지 친구들이 내게 찍어주는 칭찬 스티커 때문에, 나는 비록 아직 단기적 목표에 한한 것이기는 하나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천하는 일상을 배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단순하고 유쾌한 일인지.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Todo mate에 적어놓은 과제 중 하나다. 다 쓰고 나면 완료로 체크할 것이다.

사생활을 너무 공개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면, 카테고리별로 공개범위를 설정해 놓으면 된다. 그러니까 그냥 SNS를 하듯이. 전체 공개, 일부 공개(팔로워 지정), 나만 보기, 숨기기 등 4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전체 공개’로 설정한 일정은 ‘둘러보기’ 탭에 공개되기도 한다. 며칠 전엔 어떤 사람이 “오늘도 숨쉬었다”라는 일정을 써놓고 완료 체크를 했길래 따봉 이모티콘을 줬고, 방금은 또 다른 사람이 “광야로 걸어가기”라는 일정에 완료 체크한 것을 보고 불꽃 이모티콘을 주고 왔다.

공개범위 설정의 예시.

 

둘러보기 탭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전체 공개 일정을 볼 수 있다.

반복되는 일은 따로 반복 설정을 해놓으면 된다. 이게 또 영리한 것이, 반복 설정한 일정이 기계적으로 등록되는 게 아니라 당일 추가 버튼을 눌러 원터치로 등록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날그날 일정을 미리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되게끔 돼 있다.

이런 식이다.

단점은… 그냥 너무 아무거나 입력할 수 있다는 것? 단점인가? 일단 나는 매일 ‘생존’ 항목을 만들어서 그날그날 생존 신고를 하는데, 왠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잘했다 잘했다 칭찬받는 기분이어서 정신건강에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다. 요컨대 Todo mate 앱은 정병케어 앱에 가깝게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단독] 나 아직 안 죽고 살아있어… 세계 70억 번째 대기록”

물론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또!)에 따라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를 발령했다. 늦은 장마로 좀처럼 맑은 하늘을 보기도 어려운 나날에 기약 없는 집콕을 재개해야 할 상황이라 정병러들에겐 여러모로 달갑지 않은 시절이다. 그냥 살아만 있는 데에도, 숨만 쉬는 데에도 의외로 힘이 많이 든다는 것을 절절히 체험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아주 작은 성취의 경험들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러니까, 감당할 수 없는 절망도 일상을 무너뜨릴 순 없다고, 더 큰 시련을 맞아도 잡은 손 놓지 않겠다고 서로서로 이야기해주면 어떨까. 적대적인 고난과 슬픔은 우리를 Popping 진화시킬 테니까.

@Bokthe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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