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3. 새해, 길지는 않았던 연휴를 보내고
남들보다 하루 먼저 연휴에 돌입했다. 덕분에 임인년의 마지막을 약간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었는데, 일상 복귀도 역시 남들보다 하루 빠른 탓에 새해의 출발은 다소 허둥지둥이다. 어라, 생각해 보니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명절 연휴 대체공휴일이 생긴 지가 몇 년 안 됐으니(2013년 11월에 도입), 주말이 겹쳐도 딱 3일 정해진 날짜만 쉬고 끝나던 기억을 끄집어내면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 입장에서야 더 쉬면 당연히 더 좋다. 말할 것도 없다.
체력이 떨어져선지, KTX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무궁화호 열차에서 상하행 도합 일곱 시간을 보낸 게 은근히 피곤했던 모양이다. 서울로 돌아와서 한 첫 번째 행동은 자빠져서 자는 것이었고, 그다음엔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밀린 빨래를 했다. 그치만… 나는 아직 믿을 수가 없다. 연휴를 보내줄 마음의 준비가 아직 부족한 탓이다. 근데 뭐 내가 못 보내주면 어쩌겠나. 결국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도망치면 하나지만 나아가면 둘이고 당신은 평창이니까.
그래도 명절 연휴니까 고궁이나 서오릉에 가볼까 생각했지만, 귀찮음과 졸림을 이기지 못하고 낮잠이나 자다가 오후 늦게 어슬렁어슬렁 마실 한 바퀴 돌았다. 오늘따라 고양이, 특히 털이 아주 빵빵한 고양이가 많이 보였다. 우리에게는 ‘토끼의 해’지만, 베트남에서는 ‘고양이의 해’라고 한다. 토끼든 고양이든 귀여우면 된 것이다. 두 동물을 가리키는 한자도 둘 다 ‘묘’로 읽힌다(卯/猫). 이것 참 묘하군묘.
다만 곧바로 찾아온다는 극한의 한파에 이 동물들이 잘 견딜 수 있을지가 조금 걱정된다. 무려 영하 23도까지 떨어진다는데. 다들 잘 버텨서 또 만나! 꼭이야!
@Bokthe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