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 /w 캐논 G9Xmk2
그렇게 됐다. 결국은 돌고 돌아 똑딱이다.
소니 QX10은 쓰기에 따라서는 분명 나쁘지 않은 카메라였지만-특히 줌 구간이 넓다는 점이-, 그 성능이 내 기대에는 많이 못 미쳤다. 주머니에 넣어서 갖고 다닐 요량으로 샀지만 두께 때문에 그것도 좀 어정쩡했고,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써야 하지만 통신 속도가 너무 느렸고, 그리고 1/2.3인치라는 센서 크기와 렌즈의 줌비를 감안하더라도 화질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까지. ‘아무래도 카메라는 카메라여야 한다’는 교훈 하나만 내게 주고서, QX10은 서랍장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 난리를 치고서도 또 새로 카메라를 들여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뭐였을까.
△똑딱이 대멸종 시대에 살아남기
전례 없는 ‘똑딱이(콤팩트 카메라) 대멸종’의 시대지만, 어떤 카메라는 살아남아 여전히 많은 사진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지금 살아남은 똑딱이들은 옛날의 그 ‘디카’들이 아니다. 폰카보다는 ‘확실히’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므로 1인치급 이상의 센서를 가져야 하고, 스마트폰과의 통신 기능은 기본으로 탑재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휴대에 부담이 되지 않는 크기와 무게를 지녀야 한다. 설계의 난도가 꽤 높아졌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캐논의 보급형 카메라 G9Xmk2는 근래 나온 똑딱이 가운데 성능으로는 ‘하한선’에 해당하는 기종이라고 할 수 있다. 1인치 크기의 센서를 탑재했고, 135판 환산 28-84mm 화각의 3배 줌 렌즈를 달았다(사실 광각단이 24mm라고 잘못 알고 쓰고 있었다. 어쩐지 24mm 치고는 좀 답답하더라니). 평범한 표준계 화각이다. 조리갯값은 광각단에서 최대 F/2.0, 망원단에서 최대 F/4.9다. 망원 쪽 조리갯값이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 출시된 기종답게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통한 스마트폰 연결 기능을 갖추고 있다. ISO 감도 설정은 ISO 125~12800 사이에서 설정할 수 있다. ISO 1600 정도로는 노이즈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극한 뺄셈의 디자인
이 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휴대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디자인에 있다. 담뱃갑과 비슷한 크기와 형태를 갖고 있는데, 그 무게가 182g에 불과하다. 가로 길이가 10cm가 채 되지 않아 정면에서 바라보는 크기도 작거니와, 두께 또한 가장 두꺼운 렌즈 부분이 31.3mm에 불과해 전체적으로 상당히 얇다. 물론 이렇게 크기와 무게를 줄이다 보니 뷰파인더도 없고 본체 뒤쪽 화면도 고정식이지만, 이 정도면 그런 것을 바라는 게 좀 양심 없는 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본체 크기가 이렇게 작으니 조작계를 배치하기가 난감했을 것 같다. G9Xmk2는 대부분의 조작을 렌즈 경통을 감싸는 고리와 터치스크린으로 해결하도록 설계돼 있다. 렌즈 경통 고리로는 노출과 관련된 설정값을 조작할 수 있고, 메뉴나 사진 보기 화면에서 이동을 지시할 수 있다. 수동 필름카메라의 조리개 링을 조작하는 느낌.
단, 경통 고리에 줌 조작 기능을 할당할 수는 없다. 아니, 경통 고리로 줌 조작이 가능하기는 한데, 모드 다이얼을 AUTO로 놓은 상태에서 28-35-50-84mm 화각으로 단계별 선택만 가능하다. 원래 설정이 불가능한 건지, 아니면 내가 설정하는 옵션을 못 찾은 건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내가 주로 쓰는 Av 모드(조리개 우선)에서는 상판에 있는 줌 레버를 써야 한다. 사실 왼손으로 렌즈 경통을 돌려 화각을 조절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 자꾸 헷갈린다.
경통 고리만으로 조작이 해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고, 많은 경우 화면 터치를 병용하게 돼 있다.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본체 뒷면엔 조작용 다이얼은 고사하고 십자버튼 하나 넣을 공간도 없으니, 그냥 불편한 대로 그러려니 하며 참고 쓰게 되는 것이다. 버튼이 몇 개 있지도 않은데 꽉 찬 느낌이 들 정도니 그냥 ‘물리적 한계’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
사진 보기 기능과 스마트폰 연결 기능이 따로 버튼으로 나와 있는 것은 상당히 편리했다. 찍은 사진을 다시 보고 싶을 때나 스마트폰으로 옮기고 싶을 때, 전원을 켜지 않고(=렌즈가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지 않고) 간단하게 해당 기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것. 특히 스마트폰으로 연결하는 기능은 지금까지 써본 모든 카메라를 통틀어서 가장 편했다.
△작정하지 않은 기록
외투를 걸치는 계절.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란 역시 ‘주머니’가 넉넉해질 때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할 일이 많지 않던 가을 어느날 점심시간, G9Xmk2를 외투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덕수궁 마실을 나섰다. 막 11월로 넘어와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늘 붐비는 덕수궁이지만, 이날은 사람이 정말 많았다. ‘단계적 일상회복’과 아주 좋은 날씨, 그리고 울긋불긋해진 단풍의 삼박자가 맞은 영향일 터다.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꺼내놓고 누가 봐도 사진 찍으러 온 사람처럼 보이는 이는 몇 명 보이지 않았다. 아마 큰 카메라를 가지고 갔다면 그 사이에서 꺼내 찍기 민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한 화면 안에서 밝기 차이가 많이 날 때는 대개 밝은 곳을 살리든 어두운 곳을 살리든 둘 중 하나만 택할 수밖에 없다. 카메라 센서가 사람의 눈처럼 명암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보정 처리 덕분이다. G9Xmk2는 ‘자동 밝기 최적화’라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도 어느정도 부드럽게 처리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기능이 만능은 아니고, 또 의도와는 다른 이미지를 생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역시 쓰는 사람이 잘 써야 되겠다.
잠깐의 덕수궁 마실로는 성이 차지 않아, 며칠 뒤에는 운현궁으로 향했다. 물론 이것도 점심시간을 이용한 마실이었다.
또 며칠 뒤에는 경복궁 향원정도 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갔다. 표준계 3배 줌 렌즈만 달려 있어 망원 영역이 아쉽기는 해도(디지털 줌 기능이 있지만, 디지털 줌 기능을 쓸 바에는 그냥 찍고 나서 트리밍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도 덕수궁이나 운현궁, 경복궁 향원정은 어느 정도 ‘작정하고’ 나선 축에 속한다. 그게 아니라 그냥 커피 한 잔 사 들고 길을 걷다가, 혹은 출근길에, 아니면 퇴근길에 셔터를 누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아니 자주 있었다.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다 보니, 나중엔 작정하고 사진 찍으러 나갈 때에도 표준렌즈(12-40 pro)를 따로 챙기지 않는 경우도 왕왕 생겼다. 보통 E-m1mk2에 40-150 pro 렌즈를 달아서 주 카메라로 쓰는데, 광각~표준 화각이 아쉬울 때 렌즈를 갈아 끼우지 않고 그냥 G9Xmk2로 해결하는 것. 첫째는 렌즈를 바꾸는 게 귀찮아서고, 둘째는 그 약간의 부피와 무게라도 줄이고 싶어서다.
물론 1인치 센서와 포서드 센서의 차이, AF 성능과 조작성의 문제 등등 많은 부분을 생각해야 하지만, 대낮에 정적인 대상을 촬영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그리고 실제 결과물도, 주로 모니터로 감상하게 되는 디지털 파일로서는 충분했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내가 필요할 때 내 손에 없으면 소용이 없는 법. 그렇다고 내 손에 아무-그러니까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낼 수 없는- 카메라나 쥘 수는 또 없는 것이 이치다. 폰카는 아쉽다. 주머니에 들어가지 못하는 카메라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캐논 G9Xmk2가 내 출퇴근 친구인 것이다.
당분간은.
어 그러니까
앞일은 모르는 거니까.
@Bokthes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