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안에서 경계를 넘다 말다 @강릉 정동진
열차가 터널을 통과하자 세상의 명도가 한 단계 올라간 듯했다. 아니, 어두운 굴 속에 있다 나왔으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 아니, 그게 아니다. 구름으로 가득했던 하늘에 갑자기 구멍이 숭숭 뚫리고, 좀 전까지 차창에 부딪히던 빗방울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기분 탓일까, 뿌옇던…
돌을 밟고 돌아가자: 제주도 걷기 (2)
[1편에 이어] 육당 최남선(일본 제국주의 부역자)은 유명한 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에서 이렇게 썼다.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따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 태산 갓흔 놉흔 뫼, 딥턔 갓흔 바위ㅅ 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디 하면서, 따린다,…
종착역과 낮바다, 여수, 여천, 여수EXPO.
영등포에서 외대로 통학하던 시절, 구태여 중간에 중앙선 열차로 갈아탔다가 내리곤 했다. 그냥 1호선 타고 쭉 가기만 하면 되는데도 불필요한 환승 두 번을 집어넣은 것이다. 지금 다시 하라면 아마 안 할 테지만, 그땐 그 길이 좋았다. 용산역에서 출발(당시엔 경의선이 중앙선과 연결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