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불명의 복선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캐논

출근길의 눈보라, 점심시간의 설경, 그리고 미끄러짐 @경복궁, 인왕산

솔직히 눈 오면 즐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나이를 먹었어도 똑같다. 한동안 내가 운전해서 다니던 시절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즐거움을 억눌렀지만, 지금은 운전할 일도 없으니 억눌릴 것도 없다. 그냥 즐거워하면 되는 것이다. 야근이 조금 힘들어지기야 하지만, 근데 뭐 그것도 내…

파란 가을 하늘 모음 (@서울 경복궁 광화문, 덕수궁 돈덕전)

한반도에서 매년 가을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땅의 정말 몇 안 되는 지리적 축복 중 하나다. 오죽하면 단군도 이 무렵에 터를 잡고 조선 건국을 선언했겠는가 말이다. 기원전 2333년이면 환경오염도 공해도 없던 시절이니 하늘을 딱 봤을 때의 그…

꽁꽁 언 연못 물과 빵빵 찐 동물 털 @창덕궁 후원&창경궁

‘누가 봐도 좋은 기회’는 이미 누가 봤기 때문에 더는 ‘좋은 기회’가 아니다. ‘나만 아는 좋은 것’은 웬만해선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아주 호불호가 갈리는 게 아닌 이상(예를 들면 내가 매우 좋아하는 파인애플피자) 대체로 내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

뭘 했다고 또 연말연시(올해의 사진 15선)

그러게, 또 연말이다. 분명 며칠 전에 연초였던 것 같은데, 눈 떠보니 12월 마지막 날인 것이다. 내 시간은 점점 빨리 지나가는데 나는 점점 더 기력이 없어지니, 하루하루의 밀도가 잡을 수 없이 희박해져 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돼 가는데도 올해…

내가 물(이었던 곳) 위를 걸어야 믿겠느냐 @전북 임실 옥정호(붕어섬 출렁다리)

도시에 살면 기후에 둔감해진다. 가뭄이 심각하다고 해도 웬만해선 도시 가구에 급수가 끊기지는 않을 테고, 추위나 더위가 극심하다고 해도 어지간하면 난방이든 냉방이든 적당히 되는 공간에 있을 테니까. 아무리 가물어도 한강물 퍼올려서 흘리는 청계천은 마르지 않는다. 물론 그것은 수중보로 갇혀 있는 한강도…

2021년을 보내며-제정신으로 살기가 이렇게 힘들지만

지난해 말미에, 그 해를 돌아보며 ‘거대한 농담 같았던 해’라고 쓴 적이 있다. 2020년은 정말로 ‘농담 같은’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문을 열어서 무슨 들어본 적 없는 조합의 한국어로 된 온갖 정치뉴스(무슨 180석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는 얘기라든지, 그랬는데 얼마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