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눈보라, 점심시간의 설경, 그리고 미끄러짐 @경복궁, 인왕산
솔직히 눈 오면 즐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나이를 먹었어도 똑같다. 한동안 내가 운전해서 다니던 시절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즐거움을 억눌렀지만, 지금은 운전할 일도 없으니 억눌릴 것도 없다. 그냥 즐거워하면 되는 것이다. 야근이 조금 힘들어지기야 하지만, 근데 뭐 그것도 내…
뭘 했다고 또 연말 v.2023 (올해의 사진 13선)
이게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기후 위기를 넘어선 기후 파탄으로 인해 날씨가 지나치게 오락가락해서 그런가, 자꾸 날짜 감각이 없어진다. 옛날에도 삼한사온이라는 게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분명 며칠 전까지는 코트만 입어도 조금만 걸으면 땀이 났는데 갑자기…
노는 썰물 때 저어야 한다 (@시흥 갯골생태공원)
종점까지 한 정거장, 5번 마을버스는 시가지의 끄트머리를 지나려는 참이었다. “여기 내려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내게, 기사님은 다시 한번 물었다. “공원까지 가는 거예요?” 네, 한 음절로 대답하면서 두리번두리번, 버스 안을 살폈다. 승객이 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챘다. 평일 낮,…
가을날의 노을을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w E-m1mk2)
어영부영이라는 단어도 너무 식상하다. 하여간 또 올해도 벌써 4/4분기, 이제는 확실히 ‘가을’이라고 할 만한 계절인데, 해마다 이 시기쯤 되면 연례행사처럼 ‘대체 뭘 했다고…’ 하는 반성인지 후회인지 고해성사인지 모를 그런 생각이 머리 꼭대기에 들어앉는다. 실체화된 무기력이다. 시간은 가역성은 없고 가연성은 있다….
연꽃 한 번 안 보고 여름을 보낼 순 없어서 @양평 세미원
취재 부서에 있을 때 제일 힘들었던 게 매일 메모(발제)를 올리는 것이었다. 대충 밑그림은 그려 놓아야 내가 뭘 취재하겠다 계획을 올릴 수 있는데, 천성이 게을러서 계획성도 없고 초짜라서(그런데 연차 쌓인 지금도 딱히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식견도 얕은 내가 딱딱 잘…
꽁꽁 언 연못 물과 빵빵 찐 동물 털 @창덕궁 후원&창경궁
‘누가 봐도 좋은 기회’는 이미 누가 봤기 때문에 더는 ‘좋은 기회’가 아니다. ‘나만 아는 좋은 것’은 웬만해선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아주 호불호가 갈리는 게 아닌 이상(예를 들면 내가 매우 좋아하는 파인애플피자) 대체로 내게 좋은 것이 남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