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단편] 단독 아이템

[소설/단편] 단독 아이템

“탁” 내지는 “탕” 혹은 둘 사이 어딘가. 경쾌한 키보드 소리와 함께, ‘전송 중’이라고 적힌 조그만 창이 떠올랐다. 그 안에 수평으로 누운 흰 막대를 파란색이 왼쪽부터 채워가기 시작했다. K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말했다. “말씀하신 것 수정해서 송고했습니다.” 어, 그래, 수고했어,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끝났다. 뭐가 끝났냐면, K가 무려 석 달에 걸쳐 취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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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랑 놀기: 셔터속도와 심령사진에 관하여

카메라랑 놀기: 셔터속도와 심령사진에 관하여

카메라, 그러니까 ‘사진기’는 참 매력적인 기계입니다. ‘기계’라는 것은 사실을 말한 것이고, ‘매력적’이라는 것은 제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진은 카메라와 함께 태어났습니다. ‘사진’이라는 말은 원래 그림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개념의 ‘사진’은 1839년 다게레오타입이 나오기 전엔 존재하지 않았죠. ‘카메라’라고 하는 특별한 장치가 없이는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낼 수 없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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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만 준비하시고, 쏘세요. /w Zeiss Ikon Contessa LKE

프레임만 준비하시고, 쏘세요. /w Zeiss Ikon Contessa LKE

노출계가 없다고 해서 사진을 못 찍는 건 아니지만, 분명 적정노출을 잡는 데 실패하는 비율이 높아지기는 할 것이다. 자이스 이콘 콘테사 LKE 카메라는 셀레늄식 내장 노출계를 갖춘 모델이지만, 내가 산 물건은 노출계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처음엔 어느 정도 보정해서 쓸 수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게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요즘은 빛을 세심하게 제어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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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을 넘긴 예쁜 카메라를 샀다. /w Zeiss Ikon Contessa LKE

지천명을 넘긴 예쁜 카메라를 샀다. /w Zeiss Ikon Contessa LKE

업사이클 카메라 현상 결과물을 보고 나니까, 괜히 또 필름사진에 꽂혔다. 펜탁스 MX는 친구에게 팔았고, 가진 필름 카메라는 캐논 EOS-1뿐인데, 가지고 나가서 돌아다니다 보니까 이건 너무 크고 무거웠다. 본체도 무거운 편이지만 가진 렌즈가 28-75mm 줌렌즈 하나뿐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50mm나 40mm 단렌즈가 있었다면 좀 달랐을 수도 있겠다. 하여간 장비는 다양하게 갖춰놓는 게 좋구나, 하는 생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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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음’을 생각하다 @북악산, 창덕궁

‘생각 없음’을 생각하다 @북악산, 창덕궁

처음엔 분명 삼청동 일대를 잠깐 ‘산책’만 하려고 했었다. 그 인근 어디에 올라가면 사람은 별로 없고 전망은 매우 좋다더라, 하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북악산 등산을 하고 있었다. 필름카메라인 캐논 EOS-1을 들고, 여분의 필름은 없이. 이날 나는 한양도성을 따라 산등성이를 걷다가 내려와 성균관대 캠퍼스를 가로질렀고, 다시 창덕궁에 갔다. 나뭇잎들이 울긋불긋했고, 오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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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사진 36연차를 돌려보세요. /w 필름로그 업사이클 카메라

필름사진 36연차를 돌려보세요. /w 필름로그 업사이클 카메라

2000년대 초반에는 ‘필카’라는 말이 따로 없었다. ‘카메라’라고 하면 대개 ‘필름카메라’를 가리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는 특별히 ‘디지털카메라’나 ‘디카’라고 불렀다. ‘카메라 달린 휴대폰’이 보편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렇게 보급된 ‘폰카’의 성능이라는 것도 조악하기 짝이 없던 시절이었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쓰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방학 과제 때에도, 수학여행 때에도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썼다. 그땐 ‘셀카’라는 단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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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기간 13년의 ‘제국’을 생각함 @덕수궁

유효기간 13년의 ‘제국’을 생각함 @덕수궁

서울에 남아있는 조선 시대 궁궐을 보면, 이곳이 한 나라의 왕이 기거하던 관저이자 국정이 이뤄지던 중앙 관청 역할을 했던 곳이라기엔 지나치게 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제일 심한 게 숭정전과 태령전 정도만 덜렁 있는 경희궁인데, 그렇게 된 이유야 물론 일제강점기 때 무자비한 훼손이 이뤄진 탓이다. ‘기구한 운명’이라는 면에서 따지자면 (사실 조선 시대 어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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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연휴의 끝. @선유도 공원

여름의 끝, 연휴의 끝. @선유도 공원

‘정체가 풀릴 시간대’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전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명절 연휴’의 그것이어서, 평소엔 고속버스로 두 시간 사십여 분이면 될 것이 네 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한 편이다. 옛날 같았으면 다섯 시간은 족히 잡았을 터다. 추석 명절을 쇠고 돌아와 보니 여름이 끝나 있었다. 가을 추(秋) 자를 써서 ‘추석’인데 ‘여름의 끝’이라니, 어쩐지 ‘열림교회 닫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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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전화, 노을, 마포대교.

생명의 전화, 노을, 마포대교.

장소의 이름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국 정부’라고 안 하고 ‘청와대’라고 한다거나, ‘정치계 소식’을 ‘여의도 소식’이라고 한다거나. 마포대교는 불행히도 ‘자살’과 관련이 깊다. 네이버에서 ‘마포대교’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연관검색어가 ‘마포대교 자살’이다. 사람이 빠져 죽으려면야 어떤 다리에서든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게 마포대교여야 할 이유는 뭐였을까. 풍문에는 증권가가 즐비한 동여의도에 닿아있는 탓에 투자에 실패한 이들이 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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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성은 고양이가 점령했다. @지구별고양이

이 행성은 고양이가 점령했다. @지구별고양이

고양이를 비롯한 털 달린 동물들의 ‘귀여움’을 한참 즐기다 보면, ‘귀여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대체로 ‘귀여움’은 ‘무해한 대상’에게 느끼기 마련이다. 아기는 내게 치명적인 해를 줄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귀여운’ 캐릭터들은 아기와 많은 특성을 공유한다. 눈이 크고, 몸이 통통하며,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무해한)행동을 한다. 반려동물들이 인간 아기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하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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